20년 전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알려 6월 항쟁의 발단이 됐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6일 반부패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사제단은 ‘경제민주화’ 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경제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킨 셈이다.
그렇다면 사제단과 김 변호사가 말한 자본 권력의 폐해는 무엇인가. 무엇이 김 변호사가 말한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삼성공화국’의 실체인가. 그리고 왜 경제민주화인가.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은 열리지도 않은 이사회를 연 것처럼 조작하고 증인을 위조하는 등 삼성이 사법부를 농락한 희대의 사건이다. 또 타워팰리스를 지어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동안 뒷말만 무성하던 개발 비리와 부패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것은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부정과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쪽자리 민주주의란 반증이고 경제 민주화는 미완성이란 의미를 갖는다.
소수 자본권력에 의해 조성된 부정한 눈먼 돈은 부패비리구조를 만들어왔다. 더욱이 돈만 주면 양심을 파는 사회각계의 친재벌인맥을 형성해왔다. 언론 역시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감시와 비판이 소임인 언론마저 부패의 대열에 선 것이다. 그 사이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사회 이곳저곳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태워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사람이 죽고 그나마 일할 곳이 없는 사람은 아예 자살한다.
절대다수의 젊은이는 1백만 원 이하로 값이 매겨진 비정규직 신세다. 열악한 보육과 교육환경은 출산 의지를 좌절케 한다.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 됐고 건설 비리는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공부 열심히 한 양심적인 공직자는 자의반 타의반 돈을 받고 재벌이 인정한 장학생이 되고 가족이 된다.
이렇듯 언론은 추악한 부패고리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도하는데 소홀히 해왔다. 더구나 재벌의 논리에는 열심히 친재벌적 펜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제 언론이 사제단이 외친 부정한 재벌권력을 타파하는 경제민주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언론 본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