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한겨레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나돌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춘재 법조팀장은 지난 5일자 34면 ‘무모한 한겨레?’라는 칼럼에서 “사제단의 기자회견에 앞서 시중에 한겨레를 음해하는 갖가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며 삼성 보도와 관련해 구구한 억측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 팀장이 밝힌 음해 사례는 한겨레가 김 변호사의 폭로 문제를 놓고 삼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거나, 광고 부담 때문에 기사화를 망설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팀장은 “터무니없는 소문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라며 “창간 이후 20년 동안 지켜온 ‘성역 없는 보도’란 한겨레 정신은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괴소문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폭로한 이후 한겨레가 관련 보도를 쏟아낸데 대한 의혹이다. 한겨레가 기획위원인 김 변호사로부터 오래전에 삼성 비자금 내용을 파악하고도 뒤늦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21과 시사IN이 10월 마지막주 커버스토리로 삼성 비자금 사건을 동일하게 보도한 것도 원인이었다. 그런 탓에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나 연말에 집중되는 삼성의 협찬광고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들이 한겨레 안팎에서 나돌았다.
이에 대해 한겨레 노보 ‘한소리’ 187호는 보도 경위를 밝혔다. ‘한소리’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10월 초. 김 변호사는 한겨레의 한 기자에게 이 내용을 밝혀왔다. 이 내용을 접한 편집국장단은 고민에 들어갔고, 논의를 거쳐 당장 보도하는 것보다는 사회단체와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는 과정에 김 변호사는 지인의 소개로 사제단을 만났다. 김 변호사는 사제단의 도움을 받아 삼성 의혹 리스트를 만들고 비자금 의혹부터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공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한겨레도 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한 뒤 이를 기사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기자회견을 얼마 앞두고 시사IN이 삼성 기사를 먼저 내보낸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결국 이 소문은 지난달 26일 밤 사실로 확인됐고, 한겨레는 고민 끝에 한겨레21을 통해 먼저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한겨레 21은 지난달 27일 밤 김 변호사를 긴급 인터뷰했고, 마감까지 늦춰가며 표지기사로 올렸다.
한겨레 또한 사제단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린 뒤 3, 4, 5, 6면을 할애해서 비자금 의혹을 자세히 전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