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한 언론보도에 대해 “연예인의 추문을 다루는 듯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사제단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들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부는 “서운하다”는 표현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사제단은 이날 “삼성이라는 최대기업이 ‘검은 재물’을 통해 언론 검찰 금감원 등 주요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통제하고 망가뜨리고 있는지 국민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나섰다”며 “(비자금이) 대통령의 것이었다면 호기롭게 나섰을 검찰 등이 삼성에 대해서는 오불관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백여명의 취재진을 앞에 두고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쉽고 명확하게 풀어서 설명해줘야 할 언론이 자꾸 2차 폭로, 3차 폭로 하니까 사제들의 마음은 괴롭고 답답하다”며 “언론은 삼성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 명단이나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 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인가?” “정치권력을 향해서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서는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인노동조합의 성명을 인용하며 “이 같은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언론사의 정보보고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위해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 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다”며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마저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이 곧바로 삼성에 보내졌다”고 밝혔다.
또 떡값 검사 명단과 더불어 언론사 등의 명단이 있지 않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몰라서 질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언론사에) 더 잘 알고 있는 분들이 있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언론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에 대다수의 언론이 침묵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와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광고 등의 이유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언론사들을 비판했다. 기협은 이날 성명에서 “지금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그것만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한국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다”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이 진실 캐기에 등을 돌렸다”며 “모든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즉각 삼성 비자금 조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언론은 ‘삼성 비자금’ 보도에 정론직필 하라”며 “언론이 힘들고 어렵지만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당당히 독립할 때 국민과 시민사회는 언론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림대 최영재 교수는 “광고와 사주와의 관계 등 이해관계에 따라 ‘봐주기식 보도’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경영권과 편집권이 분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