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보도가 방송의 첫 뉴스와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현업 언론인들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다.
국내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20%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표본오차의 ±5포인트 안팎에 들어있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어떤 후보의 지지율이 30%로 나왔다면 실제는 25~35%로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지율의 근소한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여기에 설문지의 설계, 배열, 구체적인 표현에서 드러날 수 있는 오차를 포함하면 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후보에 대한 지지도·적합도·선호도가 섞여 질문이 나가는 현실에서 신뢰성은 더욱 의심을 받는다. 문항의 제한 등 현실적 제약이 많은 전화 조사의 한계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모집단의 적절성도 문제다. 대부분 하나로, KT 유선전화 가입자 가운데 표본을 추출하기 때문에 적합한 모집단을 조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집단을 잘 설정했다 해도 그대로 조사하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된다.
여론조사는 대부분 하루 동안 이뤄진다. 성별·지역별·직업별 등 일정 기준에 의해 뽑힌 모집단의 응답자가 설문에 응하지 못하거나 응답이 불가능할 경우 편법으로 부적합한 대상을 조사하는 경우가 잦다. 미국의 경우 여론조사를 할 때 최소한 2~3일의 여유를 갖고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긴 호흡의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언론사 간 보도 경쟁이 치열한데 신중한 조사가 가능하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 기자들이 많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한계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를 보도하는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전문가로서 여론조사 결과가 톱 뉴스로 배치되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KBS 보도본부의 한 관계자는 “한계성을 가진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을 주도할 우려가 있다는 데 유의한다”며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첫 뉴스로 내보내는 것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이 때문에 ‘패널 조사’ 방법을 보완책으로 쓰고 있다. 2천명 가량의 패널 집단을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조사를 한다. KBS는 이미 시행한 2번을 포함, 선거일까지 총 5차례의 패널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패널 조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화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문제인 지지율의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는 폐해를 인정하지만 “시청자·독자들의 관심사여서 외면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마식 보도를 줄일 수는 있으나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업 여론조사 담당 언론인들은 정책·정보 중심의 여론조사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대부분 나라의 선거 언론보도에서 경마식 보도는 공통으로 지적되는 문제”라며 “핵심은 경마식 보도라기보다 정책·정보 중심의 여론조사가 아직 미약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상적 지지도 조사에서 벗어나 정책 및 공약 여론을 파악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질문 문항의 정보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도 고민거리다. 응답자들이 미리 정책 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대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보도준칙의 제정도 비슷한 의견이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중요한 것은 개별 언론사들이 이를 준수할 의지가 얼마나 되느냐며, 이를 강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한국조사연구학회 등은 여론조사 윤리강령이나 준칙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공직선거법이나 선거방송심의규정, 일부 언론사별로 제정된 선거보도준칙에는 여론조사 보도 부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준수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준칙이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져도 실제 현장에서 지키려는 의지가 약하거나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 언론인들은 “준칙의 제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를 활용하는 언론사와 정치권의 의식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바람직한 여론조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전문 언론인은 물론 학계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총망라한 공론의 장 형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다.
KBS 김찬태 선거보도팀장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으나 여론조사 보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공론장을 만들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