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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휴가소진 제도 실효성 없다

노조, 의무휴가제 "대표적인 악법"…회사 "인건비 절감 효과"

김창남 기자  2007.10.30 21: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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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연차휴가 대체휴가 등 남은 휴가를 소진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005년부터 거의 대부분 언론사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휴일은 늘었지만 바쁜 업무 일정과 인력부족 등으로 제대로 휴일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신문은 이달 초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휴가명령제를 시행하는 한편, 지난 24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지난해 발생한 연차휴가를 내년 3월까지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이는 휴가명령제를 시행하면서 발행할 수 있는 업무 혼란을 막고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회사 입장에서도 기자 등 내부 구성원들이 제대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비용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유노동 무임금’으로 전락
현재 각 사마다 휴가명령제나 의무휴가제 등을 마련, 휴가사용을 독려하고 있으나 오히려 이같은 제도가 대표적인 악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신문사 노조 위원장은 “의무휴가제는 언론사에만 존재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라며 “본래 취지는 기자들을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마련됐는지 모르겠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바쁜 업무 특성상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보상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유노동 무임금’제도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이유로 올해 각 사 단체협상에 있어 ‘의무휴가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실제 조선 노조가 지난 1월 2005년 12월~지난해 11월까지 편집국 전체에 주어진 의무휴가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총 3천2백92일 중 41.6%(1천3백72일)만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 노조 역시 지난해 의무휴가(13일)를 전부 사용한 구성원을 조사해 봤으나 약 18%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의무휴가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의무휴가일수를 줄이고 의무휴가를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MBC는 비용절감 등을 위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던 미사용 의무연차 휴가를 적립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 적립제’를 논의하고 있다.

조선은 의무휴가제를 철폐하거나 ‘의무휴가적립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회사 측에서 난색을 표명하면서 향후 노사가 공동 연구과제로 남겨놓았다.

인건비 상승 등 사측 ‘난색’
회사 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구성원들이 대체휴가나 연차휴가 등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할 경우 회사 측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실제 한 신문사의 경우 지난해 연차휴가비용이 9억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겨레의 경우 2년 전부터 노사 합의로 연차휴가를 소진하기 위해 ‘겨울휴가제’(11월~2월까지 4개월 간 연속 5일 이상 연차 휴가 사용)를 비롯해 반일휴가제(0.5일 단위로 사용), 개인기념일휴가제, 징검다리휴가사용 등을 통해 휴가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해 발생한 연차 휴가를 남은 두 달 동안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내년 3월까지 연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선 비용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며 “연차휴가를 소진하게 될 경우 전체 인건비의 5%내외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있는 수치다”고 말했다.

신문의 저하·안전사고 노출
이러한 무리수를 두면서 내부 구성원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신문사 기자는 “회사 측에서 휴가를 많이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다 보니, 무리한 휴가 계획도 나오지만 부장들도 회사 방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업무 하중이 늘게 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재부서에선 타 부서까지 챙겨야 하면서 기사의 질 하락은 물론, 윤전부의 경우 업무 하중이 높아지면서 제작사고 등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조 김세희 노무사는 “의무휴가제도가 있더라도 노동자가 휴가의 권리를 반납하거나 포기한 경우를 제외하고 문제 소지가 있다”면서 “일부 언론사가 의무휴가제를 관행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