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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압박 흡수·명예훼손 대비 '이중포석'

문화일보 사과문 게재 배경은

김성후 기자  2007.10.24 14: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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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자정시스템 가동 진정성 가늠할 듯

문화일보는 지난 18일자 1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선정성 논란과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신씨의 누드사진을 실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지 35일만이다.

문화일보는 그러나 “사건 전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필요불가결한 단서라고 판단, ‘국민 알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도했다”며 사진 게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보도가 틀려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란과 비판이 많으니 사과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여성·시민단체 등이 진정성이 빠진 미흡한 사과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애초부터 문화일보 경영진은 사과할 의사가 없었던 것 같다. 보도 당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법률검토 의견을 무시하고 사진을 게재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 작정하고 보도했다는 얘기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사과’ 결정에도 재심을 청구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편집국 간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합의한 즉각적인 사과문 게재를 거부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랬던 문화일보가 결국 사과문을 실었다. 여성·시민단체의 거센 사과 요구에 한달 가까이 침묵했던 문화일보의 이런 태도 변화는 갑작스럽다. 노조의 강한 압박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비하려는 경영진의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 있다. 구속된 신씨는 변호사를 통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소송할 경우 문화일보의 패소를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사과문을 게재함으로써 정상참작의 여지를 열어놨다는 분석이다. 경영진이 사과문 게재에 앞서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평기자들의 문제 해결 의지는 평가할 대목이다. 젊은 기자들은 보도가 나간 뒤 기자총회, 기수별 의견 수렴 등 내부 논의를 거쳐 회사 측에 사과문 게재를 요구했다. 여러 고비를 넘기고 사과문 게재에 도달한 것은 내부 모순을 용기 있게 말하려는 평기자들의 의지가 크나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일보의 이번 사과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사과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런 조짐이 묻어난다. 누드사진 게재와 관련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용식 편집국장이 23일 회사에 출근했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사람이 사표가 반려됐다고 슬그머니 복귀한 것을 놓고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편집국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로 잡는 기회로 삼고, 문화일보의 실추된 공신력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출발점은 내부적 자정시스템을 가동하라고 주문하는 여성·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