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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란

"지상파 위기 극복할 재원 마련"
"시청자 주권·공공성 훼손 우려"

장우성 기자  2007.10.24 11: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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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이 화두다.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계는 1990년대 초반부터 중간광고 도입의 여론을 지피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시민단체와 신문업계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국민 여론도 중간광고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유료방송이 활성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은 약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정 구조도 날로 악화되는 추세다.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임무로 하는 지상파 방송의 쇠락은 수용자 사이에 정보 격차를 불러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우려를 낳고 있다. 2012년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릴 경우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하고 MBC가 후원해 열린 ‘지상파 방송 비대칭 규제와 개선방안’ 토론회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회에 상정된 ‘디지털전환특별법’에도 재원 확보를 위한 광고제도의 개선이 포함돼있어 중간광고 도입은 다시 미디어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간광고 도입 여론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과 광고계,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도입의 근거는 공익성 유지를 위한 지상파 방송의 재원 확보다.

유료방송과 달리 무료의 보편적·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이 다매체·다채널의 새로운 방송환경에서 공익성을 유지하려면 이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송 환경에서 등장하는 케이블, 위성, DMB, IPTV 등 신규서비스들은 대부분 유료다. 이는 시청자의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정보 격차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새 매체환경 아래서는 방송 프로그램도 종합편성이 아닌 지나친 전문화·세분화가 진행되면서 소수 계층이 소외되고 시청자의 시청행위가 극단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재정 구조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다가, 2012년 종료되는 아날로그 TV방송 이후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려면 재원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여나 사적 영역, 즉 광고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공적 재원의 한계상 후자가 적합하다는 논리다. 광고 제도 개선의 방법으로는 중간광고, 광고총량제, 민영미디어렙 도입, PPL 양성화 등이 꼽히고 있다.

지상파“공익성 유지 위한 재원 마련”
KBS는 수신료 인상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MBC와 SBS의 경우 따로 수신료를 신설할 수도 없고 공적 재원에도 여력이 없어 광고제도 개선 이외에는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중간광고가 광고의 효과를 높일 수 있고 광고 집행의 효율성도 향상시킨다며 환영하고 있다.

현재 광고는 프로그램의 전후에 몰려 집행되는데 이는 시청자가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재핑(zapping) 현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중간광고로 광고를 재배치하면 광고의 효과가 개선되리라는 계산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무료 보편적 공익 서비스이자 방송콘텐츠의 산실인 지상파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으며 중간 광고 도입은 지극히 방어적인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며 “공익채널로서 지상파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오히려 육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지상파로 광고쏠림 심화”
케이블TV업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중간광고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이 지상파 매체로의 방송광고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매체간 균형발전 정책방향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는 지상파의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현재 2조5천억원 규모인 지상파방송광고 매축액은 약 18% 증가해 모두 5천3백억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케이블TV 광고매출의 76%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모두 3조원에 달하는 광고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지상파에서 주장하는 7% 증가, 4백억원의 추가수익발생은 지상파광고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이블TV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규모 케이블TV를 지상파들이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광고 마저 허용한다면 케이블TV 업계의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방송의 공공성 및 시청자 주권의 훼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주권연대 “사회적 논의 통해 풀어야”
72개 언론·시민단체의 연대 모임인 미디어수용자자주권연대(이하 주권연대)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중간광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권연대는 “지상파방송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공성의 위기를 겪는다면 이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한 공적 재원 확충방안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도 앞서 22일 성명을 내고 “방송위가 시청자와 미디어 수용자의 권리나 복지와는 거리가 먼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이윤 창출을 위해 규제 완화 절차를 마련하려 한다”며 “시민사회의 논의와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중간광고를 도입하려 하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예술종합대 전규찬 교수는 “중간광고는 지상파방송의 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결코 아니다”며 “공익방송을 저해할 수 있는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하기에 앞서 저널리즘에 충실한 보도, 문화생산능력 및 창의력 증진 등 지상파의 충실한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위는 2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방송광고 제도 개선 추진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