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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국 경향신문 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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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디어담당 기자시절의 일이다. ‘박권상 체제’의 KBS를 제대로 개혁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출발점이라는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다. 가판이 있던 때라 저녁 늦게 몇몇 KBS 기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 어느 간부급 기자는 “경향신문이 겁도없이 KBS와 붙어보겠다는거야 뭐야. 진짜 한번 해볼래?”하며 기사를 빼줄 것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어 한바탕 대거리를 해주었다. 물론 기사는 글자 한자 바꾸지 않고 시내판까지 나갔다. ‘참 대단한 KBS 기자들’이었다.
4년여가 지난 오늘, 다시 KBS와 KBS기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젠 미디어 기자는 아니지만 KBS가 기자나 PD, 경영진이나 노동조합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 ‘바로 내 방송’이라고 여기기에 한마디 해야겠다.
기자출신인 박승규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앞에서 수신료 인상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공영방송의 앞날을 위해, 국민을 위해서”라고 했다. 노조뿐 아니라 기협 등 KBS의 18개 직능단체 모두가 릴레이 1인시위에 나섰다. 옳은 얘기다. 권력이나 광고주의 입김에 휘둘리는 사이비 방송이 되지않기 위해서라도, EBS를 포함한 공영방송체제 강화를 위해서도 수신료 인상은 늦출 일은 아니다.
얼마전까지 KBS기자협회장을 지낸 ‘미디어포커스’ 진행자가 최근 방송에서 “공영방송인 KBS를 지키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한 클로징 멘트도 상당한 거북스러웠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만을 주입시키는데 급급한 나머지 자기 반성이나 기득권을 내놓을 수 있는 KBS 개혁에 대해선 “나중에”라고 하는 행태가 못마땅하지만 말이다.
그래서다. 정치권을 압박하는 KBS 기자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1인 시위가 진실로 ‘우리들의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투쟁이라 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수의 공익을 위한 진정성과 미래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 괜한 시비라고 여길지도 모를 사안을 얘기하는 것도 그런 믿음을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제기하는 거라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언론개혁, 언론 공공성 사수. 회계부정파문으로 큰 실망을 주었지만 다시 태어나기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언론노조의 주된 ‘존재의 이유’다. 한국기자협회의 주요 활동사업에는 자정운동과 언론개혁도 포함돼 있다. KBS의 기자들과 노동자들이 두 단체에 가장 큰 산하조직으로 가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KBS기자협회와 언론노조 KBS본부 모두 이들 단체의 활동을 뒷받침할 협회비나 조합비를 약속이나 한 듯 몇개월째 제대로 내지 않거나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된지 17년, 연봉이 4천만원도 채 되지 않는 ‘독립언론’ 기자도 매월 원천징수로 꼬박꼬박 내는 마당에 그들이 돈이 없어서 안낼리는 없을 터. 듣자니 상급단체의 처신이나 활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굳이 의무를 이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이사 회비를 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돈’을 압력의 방편으로 하는 것은 기자들이, 언론노동자들이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이다. 상식과 기본의 문제다.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국민의 방송이고자 하는 KBS 기자라면 더더욱 그런 식의 장난이나 협박을 해서는 안된다. 수신료 인상을 위한 1인시위에 KBS 식구들이 아니라 나같은 신문기자들이 흔쾌히 나설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국민의 방송’을 지켜내는 첩경이 아닐까.
건강한 토론을 위해 KBS 기자협회와 KBS 노조의 반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