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선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경찰 출입기자. ‘기자의 꽃’이라고 불리는 사건기자들은 기자실의 ‘개방형 송고실(이하 송고실)’ 전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자실을 송고실로 전환한 종로 혜화 중부 강남 광진 관악 영등포 마포경찰서 등 서울 시내 8개 경찰서를 둘러본 결과 가장 큰 불만은 휴식공간의 부재였다. 그러나 당초 제기됐던 취재 제한, 타매체 기자 출입으로 인한 엠바고 파기 등의 문제는 기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8시. 강남경찰서 송고실에는 7~8명의 기자들이 기사를 쓰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선 의자 두 개를 붙이고 불편하게 누워 잠을 자는 기자 3명이 눈에 띄었다. 기자실이 송고실로 전환된 후 수면실, 일명 시체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윤석만 기자는 “경찰기자의 특성상 밤샘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파 등 휴식 공간이 없어져 기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날 관악경찰서의 기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입기자는 “하다못해 경찰들도 소파를 놓고 쉬는데 송고실에는 휴식공간이 전혀 없다”며 “많은 기자들이 앞으로 어떤 조치가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경찰서 환경 더 나아져 그러나 수면실 등 휴식공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도 있었다. KBS의 한 경찰기자는 “밤사이 경찰들의 피의자 인권침해 등을 감시하는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습 교육 때를 제외하고는 기자실이나 수면실을 사용하지 않는 기자가 더 많다”며 “차제에 수습기자 교육 시스템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종로 혜화 광진 중부경찰서 출입기자들은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발생이 드문 라인의 특성상, 일명 ‘뻗치기’보다는 기획기사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종로경찰서의 경우 예외적으로 시설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문화일보 손재권 기자는 “종로경찰서 기자실의 경우 열악하기로 소문난 특수한 경우”라며 “송고실 전환 이후 인터넷 랜선 등이 새로 깔리는 등 환경은 좀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이 일부 기자들은 기존의 기자실과 수면실을 송고실로 통폐합함에 따라 휴식공간이 없어졌다는 데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취재제한 등 그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큰 불편이 없다고 밝혔다.
사건 취재, 별 문제없어 당초 경찰기자들은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에 따라 관련 부서의 취재 봉쇄와 타매체 기자들의 출입으로 엠바고 파기 등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같은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경찰서의 한 출입기자는 “취재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기 전에는 서장이 기자들에게 수사에 대해 양해를 구하거나 뒷배경 얘기를 해주는 등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다만 이를 제외하고는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강남경찰서의 한 출입기자도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고 나서 문제가 조금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정상화된 상태라 별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매체에 개방 ‘아직은’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자실이 개방형 송고실로 바뀌면서 기존의 기자단에 등록되지 못한 경제지와 인터넷 언론 기자들 몇몇도 송고실을 이용하고 있다.
마포경찰서와 관악경찰서 송고실의 경우 최근부터 경제지와 인터넷 기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당초 제기됐던 엠바고 파기 문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은 기자는 “최근 서부지검이 신정아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곳에 투입된 경제지와 인터넷매체 기자들이 자주 오고 있다”며 “새로 출입하는 기자들이 엠바고를 잘 지켜주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 종로 혜화 광진 등은 타매체 기자들의 출입이 아직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경찰서의 한 출입기자는 “기존에도 기자실 출입을 통제한 적은 없었다”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매체 기자들은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의 한 기자는 이와 관련 “기존의 기자단이 명목상으로는 해체됐다지만 아직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방형 송고실로 전환됨에 따라 기자사회의 관행도 점차 바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