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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청사 기자실이 폐쇄된 12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청사에서 출입기자들이 청사로비에서 기사작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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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걸린 기사송고실 앞 로비 한쪽에 깔개를 깔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 그들의 결연한 모습에서 어떤 타협을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오직 ‘원위치’만 있을 뿐이다. 정부 또한 55억원을 들여 만든 새 합동브리핑센터를 헐어버릴 수는 없다. 총리훈령도 바꾸기로 했고,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지난 12일 정부 각 부처 기자실 통폐합으로 촉발된 정부와 언론 간 갈등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보고 돌진하는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브리핑 참여를 선언하는 등 일부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반발 자초한 측면도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에 대해 기자들의 반발이 이토록 강한 것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만들면서 일선 기자들 의견 수렴은 물론 출입기자단의 폐해만 부각시키며 기자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에 바빴다. 총리훈령에 공무원 면담시 공보관실 경유, 출입증 전자칩 부착 등 독소조항을 넣었다 여론의 역풍에 부랴부랴 삭제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깜도 안되는’ ‘소설같은’ 등의 용어를 구사하며 언론을 폄훼했다. “기자가 오라면 안가도, PD가 오라면 간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기자 불신도 드러냈다. 사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도 노 대통령의 ‘죽치고 앉아 담합 발언’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기자들의 담합 구조가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홍보처는 국내외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한 뒤 30여개 정부 기자실을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3곳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서 임기가 4개월여 밖에 안남은 현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브리핑 내실화, 정보접근권 강화 등 취재환경 개선은 미적거리면서 기자실 대못질에만 여념이 없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전 거부 명분 없어 걱정이런 점을 인정하더라도 기자들의 집단행동은 다소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일부 언론이 기자실 통폐합을 언론탄압으로 끌고 가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대다수 언론이 기사송고실 문제를 언론자유 수호로 몰아가면서 합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졌다”면서 “2007년 한국 언론의 수준을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기자실 지키기’가 기자들의 기득권 수호로 비쳐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여론을 업지 못하면 정부와의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약한고리가 아닐 수 없다. 기자실 이전 거부 명분이 약하다는 일부 기자들의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진행되는 정부 브리핑에 참여하고 기존의 기사송고실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어찌됐건 기자 권익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더 우선이라는 한겨레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총리실 출입기자는 “취재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총리훈령의 독소조항이 삭제된 마당에 기자들이 합동브리핑센터 이전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다만 회사 입장과 주변의 강경 분위기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취재시스템 문제는 기자실이라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판을 깨는 것도 보다 정보공개법 개정과 내부고발자보호법 제정 등 제도적 성과를 올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