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 사이에서 포럼 사업 ‘붐’이 일고 있다. 매일경제가 ‘세계지식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0년 10월 처음 도입한 ‘포럼’은 이제 주요 언론사라면 한 번은 시도하는 필수 아이템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포럼을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는 4곳. 매경의 ‘지식포럼’에 이어 SBS ‘서울디지털포럼’, 지난해 처음 시작된 한국경제의 ‘HR포럼’과 올해 9월 문을 연 MBC ‘세계여성포럼’ 등이 활약중이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실시를 목표로 조선일보의 ‘리더십포럼(가칭)’과 YTN의 ‘사이언스포럼’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포럼 사업에 뛰어든 매체는 모두 6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처럼 언론사들이 포럼 사업에 속속 뛰어드는 속내는 무엇일까. 각 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언론사들은 ‘언론사 이미지 제고’와 ‘공적 서비스 제공’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매경은 ‘경제전문 매체’라는 위상을 앞당긴 동시에 언론계에서 경제 분야의 중요성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받았다. SBS 역시 민간방송사로서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뛰어든 예. SBS는 매년 5월 개최하는 디지털포럼과 11월 열리는 ‘미래한국리포트’를 등 두 행사를 통해 민간 상업방송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일조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는 포럼을 또 다른 수익창출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포럼참가비가 주 수입원이다. 한 경제지는 포럼 참가비로 1인당 2백90만원을 책정했다. 한 방송사도 참가비 1인당 60만원으로 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포럼들도 조만간 유료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주요 포럼들은 기업체 혹은 정부 및 국제기구와 연계해 포럼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기본 투자금이 확보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적자폭이 크지 않다는 이점도 있다.
인력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도 포럼사업 추진의 주요 이유다. 포럼은 보도국이나 편집국에 속해 있거나 별도 추진단을 꾸렸더라도 기자들이 맡아 이를 추진하고 있다. 매경은 ‘지식부’, SBS는 ‘미래부’를 보도국(편집국) 내에 마련했다. 부서별로 5명 안팎의 기자가 속해 있다. MBC와 YTN 등 방송사들은 기자로 구성된 ‘세계여성보럼 추진단’ ‘사이언스포럼 추진단’을 두고 있다. 언론사들은 별도의 사업국을 두는 것보다 연사섭외가 용이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자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포럼 사업을 하는 언론사가 늘어나면서 문제점도 적잖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최근 포럼 참가비를 받는 과정에 기업체를 상대로 ‘강매’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 한 포럼 관계자는 “일부 언론사가 포럼을 가지고 장사를 하려해 포럼사업자 전체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업체나 정부기관들은 이미 시중에 난립한 각종 포럼에 이어 언론사들의 포럼도 생겨나게 되면서 얼마나 예산을 책정할지, 또 어느 매체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포럼 한 회당 예산은 15억원 안팎. 이중 협찬사에서는 절반 정도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협찬사들은 정부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 산업부, 정보통신부 등 몇 개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포럼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판 나눠먹기만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초청 강연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시작한 포럼사업자들과 일부 잘되는 언론사들이 세계적 명망가들을 강연자로 내세워 몸값을 올려놓는 바람에 전체 예산의 상당수가 이들의 몸값을 감당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 이는 결국 내실 있는 포럼을 힘들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실제 포럼사업은 적자를 면하는 수준만 되어도 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포럼을 통해 수익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언론의 공적기능에 충실하려 할 때 포럼의 제 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