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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정재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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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이승엽, 단 한 명의 박지성을 탄생시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지금도 수 천 수 만 명의 젊은 청춘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 그 뒤엔 교실에 한번 들어가지 않고도 운동만 잘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제도와 시스템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말도 안 되는 체육특기자 제도와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화석처럼 굳어진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스포츠는 아마도 우리 시대의 마지막 공개된 인권 사각 지대가 아닐 까 싶다.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염치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고생은 연세대 농구부 학생들이 했고, 취재팀은 그저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하기만 했을 뿐인데. 살인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꾸준히 수업에 참여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작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고 극복해 낸 농구부 학생들이다.
프로그램 기획 당시엔 한국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공동 참여가 합의된 상태였다. 학생 선수들이 일반 학생과 똑같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획기적인 학원 스포츠 개혁안을 만들어 내자는 공동 합의문은 양 교 총장의 조인식 하루 전날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연세대가 참여하긴 했지만 고려대의 불참은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학원 스포츠 개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문제는 공부하지 않으면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 선수로 뛸 수 없다는 제도를 채택한 연세대학교 모델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프로그램을 본 어느 감독이 기자에게 물었다. “정기자, 뜻은 좋은데 한번 그렇게 보도하고 끝낼 거면 안하는 것만 못 할 거야. 정말 변할 때까지 계속 보도할 수 있는 거지?” 감히 ‘정말 변할 때까지’라는 약속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스포츠 기자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은’ 이라고 답할 순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를 공동제작하고도 함께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KBS 스포츠 중계 제작팀 박일해 PD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