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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이진동 차장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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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증명서도 없이 어떻게 교수로 채용됐을까? 쟁쟁한 인사들을 어떻게 제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됐을까? 그녀는 어떻게 몰래 미국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신정아씨 가짜 학위 사건 보도를 쭉 지켜봤지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 때부터 ‘뭔가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과 함께 취재 의욕이 발동했다. 어느 법조인도 “비슷한 생각이다”고 취재를 북돋웠다. 들끓던 신씨 가짜 학위 보도가 거의 사라지던 무렵이다.
가짜 학위 사건 관련자를 새로 접촉하고 신씨 임용 당시의 동국대 상황을 세밀하게 취재해 들어갔다. 취재 과정에서 장윤 스님의 한 측근으로부터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과 함께 “(가짜 학위를 폭로한) 장윤 스님을 만나보라”는 얘기가 나왔다. 변 실장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8월초 전등사에서 장윤 스님과 약속을 잡았다. 스님을 만나기전 몇 명의 스님 측근들로부터 “장윤 스님이 변 실장으로부터 ‘조용히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마주앉은 스님은 변 실장 얘기는 피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요리 저리 5시간여를 물고 늘어진 끝에 듣고 간 얘기들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20여일간 2005년 신씨 임용 무렵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 등에 대한 검찰 내사가 유야무야된 경위, 조계종 종단이 교육부에 요청한 동국대 특감이 묵살된 경위 등을 파고들었다. 신씨 임용 당시 동국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과 신씨 임용 간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것이다. 또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의 미스터리와 아르코 큐레이터 채용 외압 의혹의 윤곽도 잡아냈다. 신씨가 신용불량자였던 사실도 파악됐고, 기업들의 성곡미술관 후원 실태 및 후원 배경도 취재됐다.
첫 기사가 나간 8월24일부터 9월10일 변 실장의 사퇴까지 연일 ‘신씨 권력 비호 의혹’ 추적 기사를 내볼 수 있었던 것도 한달 간에 걸친 취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밤낮 가리지 않은 후배 기자들의 발품 취재가 위력을 발휘했다. 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났거나 검찰의 핵심 수사사안이 됐다.
이번 사건은 사적 관계 유지를 위해 변 전 실장이 저지른 권력 남용과, 신씨를 매개로 한 권력과 기업의 유착 비리가 핵심이다. 언론 취재나 검찰 수사 모두 갈길이 한 참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