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2007 남북정상회담 마무리단계에서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바라보는 주요 언론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달랐다. 요약하면 조선은 ‘적대적’ 중앙․동아는 ‘냉소적’ 경향․한겨레는 ‘긍정적’이었다.
남북정상선언 후 신문 논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신문 사설을 분석한 결과 조선 중앙 동아는 냉담하게 반응했고 경향 한겨레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보수지들은 여전히 ‘북핵’ ‘퍼주기’ ‘북한 인권’ ‘국가보안법’ 등의 어휘를 사용하며 남북회담의 성과를 폄하하기에 바빴다.
남북회담 결과 경제 효과가 클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 등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부 언론들이 고찰 없는 적대적인 보도로 일관하고 있어 정치 공세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남북정상선언 관련, 주요 신문 사설 요지 어땠나
특히 조선일보 사설 ‘다음 대통령과 국회는 10·4선언 철저히 검토해야’는 독설 수준이었다는 지적이다. 조선은 남북공동선언을 “임기 두 달 남은 정권으로선 책임있게 감당하기 힘들 것이 분명한 대북 지원 약속목록” “이 목록은 결국 국민과 다음 대통령 어깨에 지울 짐 명세서”라며 두달 후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면 다시 재고하라고 주장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조선 동아 등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애써 무시하고 폄하하는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런 보도 태도는 시대착오적일 뿐만아니라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 역시 냉담했다. 동아는 ‘핵은 외면하고 NLL은 양보하나’는 소제목을 뽑고 “북핵과 서해북방한계선 문제, 공동선언 이행 보장 등에서 다수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우리는 본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중앙일보는 “제대로만 이행되면 분단 60여 년에 걸친 남북 간 불신과 대치의 벽을 결정적으로 허물 수 있는 사안도 있어 주목된다”고 평했으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보수 언론의 대표격인 조선 동아 중앙은 한목소리로 남북회담의 성과를 북핵 문제 등을 들어 비난했으며 조선일보 사설의 경우 대통령의 ‘처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최영재 한림대교수는 이와 관련 “객관적인 사실보도를 하기 보다는 보도방향을 먼저 정하고 가치 평가에 초점을 맞춘 보도방식은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경향신문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단순히 방향만을 제시하지 않고 행동계획까지 담고 있는 구체적 청사진”이라고 반겼고 한겨레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역사적 문서”라며 “두 정상이 짧은 시간에 이런 합의를 이룬 데는 상황인식과 전망에서 많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평화체제 추진엔 관심 없는 언론
조선을 비롯한 보수지들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추진 등 평화체제 및 군사긴장 완화 등의 사안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해 NLL을 평화지대로 조성하는 것이 북한군의 침략을 방조한다는 등의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조선은 “북한 선박의 NLL 자유통과는 결국 북방한계선 무력화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옹진군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북한이 NLL을 밀고 내려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은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간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남과 북의 집권세력은 합동으로 이 조항을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안보논리를 폈다.
동아일보 역시 NLL 문제를 거론했다. 동아는 “NLL은 ‘우발적 충돌 방지’ 차원에서만 봐서는 곤란하다”며 “이수용 전 해군참모총장도 NLL을 양보할 경우북해군의 전진배치와 기습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를 NLL 양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화와 경협을 아우른 ‘서해 평화 협력 특별지대’ 설치 추진”이라며 “평화와 공동번영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모델이 한반도 서쪽 한가운데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고 평가, 대조를 보였다.
경향신문도 “논란이 되고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문제에 대해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국역 설정, 해주 직항로 개설 등을 포함한 이른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란 비군사적 방법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며 “합의대로만 실행된다면 남북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고 평가했다.
남북경제협력, 보수지는 ‘퍼주기’ 한겨레 경향은 ‘획기적’
남북경제협력에 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외신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국내언론은 비난으로 일관해 ‘집안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경협을 퍼주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은 “선언문에 나온 대북 경제지원은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며 “앞으로 두 달 후면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에 이런 어마어마한 액수의 어음을 끊어줬다”고 규정했다.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 시작,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 북 철로 이용,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동아는 경협에 대해 “하나같이 우리 돈과 장비가 대대적으로 투입돼야할 사업”이라며 “이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서’라고 합리화했지만 그 돈은 결국 우리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고 비난했다.
중앙은 “선언에 명시된 대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남북 모두에 실익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문제는 이 선언이 얼마만큼의 실행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사회간접자본 기간사업 협력은 남북경협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며 “백두산 관광을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은 금강산 관광에 이은 새로운 관광사업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남북 화해 교류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남북 총리급 회담 개최는 대선용?
조선과 동아는 남북 총리급 회담 개최안에 대해 대선을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정치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조선은 11월 열릴 계획인 이 회담에 대해 “11월이면 대통령선거 한달 전으로 후보들의 유세전이 전국에서 불붙을 때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남북회담을 연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당 후보에 대단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며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아는 “대선 분위기가 고조돼 있을 다음 달에 ‘선거용’으로 활용하라는 북의 배려 같다는 지적도 있다”며 근거없는 보도를 해 비난을 샀다.
이같이 일부 언론들이 비판을 넘어 ‘적대적인 보도’로 일관하는 것은 한국 언론만의 특이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북회담으로 인한 성과와 향후 가능성 등 긍정적인 면과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 미흡한 점을 구분해 균형있게 보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