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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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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기자들은 내부 문제에 대해 관대했다. 사주의 편집권 침해를 알면서도 애써 묵인했다. 임금협상을 하면서는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큰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숨죽이듯 노조 사무실에 앉아 담배 연기를 날리며 회사를 씹었다. 때론 동료, 선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처지를 탄식하곤 했다.
그러나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현장을 누볐다. 이른바 ‘깜’을 찾아 이리저리 발품을 팔고, 머리를 쥐어짜며 기획 기사를 만들었다. 기사가 나오고, 반응이 터질 때 기자의 존재를 새삼 확인했다. 그 매력에 모든 근심,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날 집으로 가는 길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 사회에 대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설파하고, 끈질긴 취재에 권력의 부조리가 실타래처럼 풀렸을 때 자긍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그러나 정작 내부의 권위주의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언론 외부에 대해 끊임없이 떠들었지만 정작 내부 문제에 대해선 진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외부를 향한 목소리는 충분히 높았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지금 내부 모순에 대해 용기 있게 말 하려는 기자들을 목도할 수 있다. 그들은 알몸 사진을 신문에 실어 파문을 일으킨 문화일보 기자들이다. 보도가 나간 뒤 안팎의 비판에 숨이 가빴던 기자들은 이제 숨을 고르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노조 공정보도위원회에 기수·부서별 대표,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한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기자총회, 기수별 의견 수렴 등 내부 논의를 거쳐 알몸 사진 보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며 사과문 게재를 요구하기로 했다. 보도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왜곡된 편집국 시스템에 의한 보도로 확인될 경우 결정권자에 책임도 묻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편집국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로 잡는 기회로 삼고, 문화일보의 실추된 공신력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문화일보 공정보도위원장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경계할 대목은 기자들의 이런 움직임이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나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의식한 ‘물타기’가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