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 선배라고 스스럼없이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불러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상태가 위독해 병원으로 급히 옮기기 전, 정 선배는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멋지게 죽고 싶어” 라고 말했죠. 그리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라며 “호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 선배 얘기대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다는 것입니까. 정말 허망할 따름입니다.
선배는 지난 8월말 마카오 출장을 가려고 했습니다. 세계적인 카지노 기업 샌즈 그룹이 대대적으로 리조트 개장식을 갖기로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병세가 급변해 병원 중환자실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투병 중에도 굳이 마카오 행에 뜻을 둔 것은 이유가 분명했습니다.
정 선배는 산업시대에 낙후된 호남이 잘살기 위해서는 명분에서 뛰쳐나와 실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평소 누누이 강조했지요. 그렇기 때문에 전남도가 추진하는 서남해안관광개발사업, 이른바 제이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샌즈 그룹이 투자하도록 이끌어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이 75세라고 합니다. 선배는 1957년생이니 올해로 만 50입니다. 남들은 “인생은 60부터, 아니 70부터”라고 얘기하며 흔히 하는 말로 웰빙을 추구하는 이 때 3분의 2를 겨우 채우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인생의 짐이 무거웠더란 말입니까.
정 선배는 운명 이틀 전 “아, 힘들다, 권 차장”이라고 했습니다. 평소 어려워도 내색을 잘 하지 않고, 투병 중에도 힘들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았는데, 그 날만은 사뭇 달랐습니다.
선배는 최근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 모르핀을 맞아가며 허리도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선배가 “사나이 가는 길에, 바람도 불고 비도 오는 거지”라며 의연해하고자 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리도 쭉 뻗고, 허리도 펴구요. 고단했던 삶의 짐이 있었다면, 이제 모두 내려놓으십시오.
정 선배! 정 선배를 이제 영영 먼 길로 떠나보내지만 저희들 마음속에 정 선배가 항상 머물 것입니다. 고인이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