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보도 이렇게 하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언론재단,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인터넷기자협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와 언론의 역할 등을 고민하는 장이었다.
첫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대북 문제와 관련) 부시 미국 대통령, 일본도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 일부 보수신문들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언론만 변하지 않아” 이 교수는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왜곡·편파보도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폄훼하고 정상회담의 무용론과 연기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문제는 이들의 잘못된 보도가 단순히 왜곡보도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를 크게 후퇴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 보도에 대한 언론의 원칙은 ‘객관적 보도’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보도’라고 규정하고 크게 △냉전시대의 선입견과 편견, 고정관념의 해소 △남북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는 보도 △우리의 시각과 민족화해의 관점을 담은 보도 등을 제시했다.
두번째 주제발표를 한 이영주 한국종합예술학교 책임연구위원은 언론은 남북 정상회담을 맞아 정치적 차이와 적대를 인정하고 노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언론은 특정 정치 이념과 주장의 신봉자이자 다른 이념과 주장의 배제와 억압자가 아니라는 점, 언론의 중얼거림에 대한 동의와 지지는 언론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 대중의 판단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론행위의 가장 큰 지향점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나 향후 전망에 대한 폭넓은 취재와 해석, 앞으로 한국 사회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있는 그대로 보도하자” 토론자들은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며 ‘있는 그대로 보도하자’고 역설했다.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은 “보수언론들은 북한-시리아 핵 연계설을 흘리는 해외언론의 의혹 보도만 골라서 보도하고 있다”며 “일부 보수언론이 큰 목소리를 내면서 진보지들은 이에 맞설 강력한 의제를 세우지 못하고 있고, 공영방송도 보수지들의 의제에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MBC 통일전망대팀장은 “남북관계가 일상화되면서 사고가 터지는 것만 기사가 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정상회담의 목표나 의도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사소한 사건·사고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북한을 우리 동족이 세운 국가라고 생각하면 핵문제, 미사일 개발, 대북지원 퍼주기 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면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평화 공존하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반도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실장은 “대부분 언론이 2000년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다가왔다”면서 “그러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된 후 보도를 보면 전문성이 부족한 감성적 보도, 스케치 보도 등이 많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