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선 화백은 신문지면 한켠에서 기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의 그림처럼, 익숙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신 선배였습니다. 1997년에 입사하여 근속 10년을 앞두고 마흔 셋의 젊은 나이로 황망히 우리 곁은 떠난 그는 학창시절 미술교육이 전공이었으나, 무한한 상상력과 재치로 만화의 매력에 빠져 가난하고 외로운, 조금은 불우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젊음과 열정으로 모든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치 않았고, 그만의 독특하고 담백한 필치로 매일경제신문에 화백으로 데뷔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이 선배는 남들에게 싫은 말 잘 못하고, 먼저 손 내미는 것에는 좀 서툴렀지만, 남들의 처지와 형편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시는 낙관적인 선배이자, 스프링노트 가득 스케치하던 노력하는 예술가였고, 재치있는 미술기자였습니다.
이 선배는 화백으로서 정치 경제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작은 지면에 함축적인 그림으로 기사를 표현하기 위해 꾸준한 자기 관리와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영어공부는 물론이고, 암벽타기, 자전거, 인라인, 수영, 등산 등 여러 스포츠들을 두루 섭렵하시며 술 담배도 금하셨던 모습은 성실한 모습의 본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이 선배의 모습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함께 와인을 마시자며 끝까지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셨던 이 선배는 그의 펜 선만큼 담백하고 간결한 모습만을 남긴 채 숱한 아쉬움과 여운을 뒤로하고 매일경제를 떠나갑니다.
어느 날 문뜩 지난 신문을 펼쳐보다가 이 선배의 익살과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그림과 기사를 대면하겠지요. 노랗게 변색되어버린 신문일망정 그 한 장 한 장이 누군가의 열정과 땀방울이었음을… 매일경제와 함께 걸어온 누군가의 삶이며, 우리 모두의 역사임을… 그리고 그 곳에 이필선이라는 화백이 우리와 함께 있었음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