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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미디어위원회로 언론개혁을"

'취재선진화' 갈등은 권력주도 언론개혁 한계

장우성 기자  2007.09.19 13: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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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허친스위원회, 영 왕립언론위원회 성과 주목

최근 취재시스템 개혁을 놓고 언론과 정부가 극한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미디어위원회를 통한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주목되고 있다.

국가권력의 일방적 주도로 추진되는 언론개혁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인사가 참여해 공정하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독립적 미디어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을 위한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지금까지 정권이 추진한 언론개혁은 건강한 언론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정략적 이익을 위해 언론의 약점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경향이 있다”며 “언론계의 각종 개혁 현안을 우선 순위별로 정리하고 추진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원회 차원의 합의기구 구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미디어위원회의 설치는 보·혁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우리나라 언론개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언론개혁의 공론장에서는 실질적인 개혁모델이 도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호순 교수는 “우리나라의 언론개혁은 보수와 진보가 합일점을 찾을 공간이 없이 서로 공격만 거듭하면서 전체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언론개혁의 공론장인 독립적 미디어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이념 차이까지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세계 언론 역사 속 대표적 미디어위원회로는 미국의 허친스언론자유위윈회, 영국의 왕립언론위원회 등이 꼽힌다.

허친스언론자유위원회는 1942년 타임지의 발행인이었던 헨리 루스가 당시 시카고대학 총장이었던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스에게 제안하면서 결성됐다. 이 위원회는 정부와 언론계 인사를 제외한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활동하면서 1947년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결과는 미국 언론의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언론은 이 보고서의 지적을 당장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외부에서 보는 언론의 문제점을 자각하게 해 이후 장기적으로 미국 언론의 상업화 경향을 제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왕립언론위원회는 1947년을 시작으로 영국 의회가 세 차례에 걸쳐 구성한 조사연구기구다. 왕립언론위원회는 당시 요구되던 신문개혁을 다양한 세력의 합의에 의해 추진하려는 노력에서 추진됐다. 국가가 언론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언론개혁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과거 정권에서 위원회를 통한 언론개혁이 여러 번 추진됐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언론학자는 “과거 언론개혁을 위한 수많은 위원회가 있었지만 인적 구성에서부터 정략에 휘말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객관적인 미디어위원회가 만들어질 토양이 부족하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언론 현실은 미디어위원회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준다는 반론도 있다. 뉴미디어 등의 도전으로 신문과 방송 등 기성 미디어가 개혁을 하지 않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과거 위원회에서 보여줬던 정략적 갈등은 어느정도 해소하고, 자기 쇄신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