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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은 노동자다"

최상재 위원장은…

장우성 기자  2007.09.12 15: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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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화요일 오전에 봅시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의 목소리는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할 만큼 낮고 무거웠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한 그의 미소는 극장 문을 나섰을 때 터져 나오는 햇빛처럼 환했다. 극명한 빛과 그리고 그림자. 언론노조가 사상 최대의 위기라는 그림자를 산별 강화라는 숙원을 푸는 빛으로 만들 것인지, 그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불혹을 넘어선 ‘언론노동자’ 최상재에게 이런 십자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 했다. “20대 때는 직업적 노동운동가를 꿈꿨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전체 변혁운동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론계에 들어오게 됐죠.”

젊은 PD 시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세븐데이즈’ 등을 거치면서 화제작도 많았다. 다들 시청률 걱정, 광고 걱정하면서 꺼렸던 주제를 다뤄 방송을 탄 다음날, 뜨거운 반향으로 불이 나는 스튜디오의 전화를 보며 뿌듯해했던 최상재 PD. 그는 민영방송 재허가 문제, PD협회, 공정보도 활동 , 노조 위원장 등을 거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청년시절 그렸던 그 자리에 서있다.

SBS본부 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현업에 복귀할 구상을 하던 중에 중책을 맡게 된 그에게 현장에 대한 향수도 진하다. 여전히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그의 관심사다. 그걸 당장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일단 접었다. “언론노조 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한번 좋은 다큐멘터리에 도전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해했다. 언론노조 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족들에게 말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 할 때도 늘 가정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언론노조 위원장을 하더라도 더 나빠질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지만 그래도 가족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라 다행이란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역대 어떤 위원장보다도 강한 ‘노동자로서의 자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언론운동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노조운동은 노동운동’이라는 긴 호흡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론인들이 ‘우리는 노동자’ ‘언론운동은 우선 노동운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의 산별 강화도 최근 내홍을 풀려는 봉합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언론노조가 더 발전하고 사회적인 역할을 하려면 노동운동이라는 생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체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미디어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그는 노동운동이라는 공통분모를 갖이 못하면 언론노조가 지난 6개월 동안 보인 갈등과 분열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과 방송, 지상파와 유료방송, 중앙과 지역 등 이해관계에 따라 모두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내비쳤다. 신문시장에서, 방통융합에서 서로 다른 이해를 언론운동 하나로 묶어내기엔 어렵다. 이런 다양한 욕구와 이해관계의 조정자는 “우리는 노동자다”라는 공감대다.

“우리는 언론자유, 독립언론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라는 자각은 상대적으로 약했죠. 이제는 이를 강조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