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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중심 선거문화 정착 '기폭제'

언론·기자 정책 이해도 높여야 정확한 정보 전달 가능

윤민우 기자  2007.09.12 1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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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참가자(가나다순)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
유문종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이홍천 게이오대 정책미디어 대학원 박사과정
사회=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유권자들은 대선을 어떤 관점에서 볼까. 무엇을 통해 어떤 내용을 접하며 결국 심중에 누구를 대통령으로 정할까.
한국 유권자는 여전히 경마장 구경꾼 처지다. 연일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와 그것을 확대 재생산 하는 언론. 독주하는 1등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나마 흥미로운 2위권의 경주를 본다.
보수-진보, 토건경제-사람경제 등으로 아이콘은 분화됐지만, 속이 찼는지 비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제 후보자가 바라는 국가관과 정책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차별화되어 그것을 기준으로 유권자가 투표하는 선거를 하자. 당선 후에는 정책 약속이 검증되어서 정당과 정치인이 책임지도록 만들자. 이것이 정책중심선거, 일명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불리는 한국 정치 문화의 새판 짜기다. 당선 조건을 바꾸자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 더욱이 공감대 형성에 책임이 있는 언론과 시민운동계의 전문성도 미흡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언론과 시민계가 구체적인 어젠다를 세우고 실천해야만 이후 매니페스토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기자협회 언론연구소는 언론재단 후원 아래 지난 3일 언론 전문가와 시민활동가를 초청, 좌담회를 개최했다.




   
 
  ▲ 김창룡 교수  
 
김창룡=정치권의 매니페스토를 유도하는데 언론과 시민사회계의 역할이 크다. 대선을 앞두고 매니페스토를 다루고 있는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계의 상황을 이야기 했으면 한다.

이홍천=후보자 캠프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정책생산과정에서 선거전략용으로 정책이 생산되고, 어떤 경우 누가 해당 정책을 책임지고 만드는가에 대한 기록조차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은 유권자가 감시한다는 긴장감이 없으면 정책 생산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계기로 매니페스토에 대한 정치권의 인지도나 전략적 비중은 향상된 측면이 있으나, 여전히 정책 내용이 부실하고 생산과정도 투명하지 못하다. 이를 개선하는 동력은 유권자들인데, 후보자가 압박을 느낄 정도로 유권자의 동력이 작동하려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책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전달기제인 언론과 기자들의 정책 이해도는 낮은 수준이다.

유문종=이번 대선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희망적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지난 5·31 이후 1년 동안 매니페스토가 확산된 것으로 평가하나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 언론은 아직 매니페스토를 유권자에게 알리는데 소극적이다.

강혜란=이번 기회가 매니페스토 확산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 기자들이 모여서 이런 토론회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 선거 역시 경선과정에서도 드러났지만 정책은 없고 극단적 대립만 있었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유권자 중심 정책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시민단체로서 활동하기에는 선거법이 오히려 매니페스토 활동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유문종=현행선거법에서 매니페스토 유인물 배포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한 보도는 가능하다. 지난 해 시민단체가 했던 공약평가 발표, 우수공약 발표 역시 현행법상 가능하다.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공약집을 판매할 수 있으나,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은 담을 수 없다.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것을 분석해 보도하고 발표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지후보를 명확히 밝히자는 논의가 있었다.



   
 
  ▲ 김언경 부장  
 
김언경=5·31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는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언론보도는 후보자간 정책 차별성을 인지시키지 못했다. 제목은 매니페스토인데 내용은 판세분석기사이거나 정책에 근거 없는 점수를 매기면서 아예 특정정당에 편파 보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언론들이 유권자 제안 공약을 후보자에게 제시하며 피드백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 때 근거나 타당성 구현방안 등을 심층 취재하지 않아 포퓰리즘적 공약 생산을 유도한다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강혜란=매니페스토와 관련된 모든 주제에 선행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이다. 유권자 권리 확대라는 큰 틀에서 매니페스토를 접근해야 하는데, 현실은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매니페스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에 목적을 두고 매니페스토의 오늘을 평가하고, 내일을 예정해야 한다.

김창룡=이 자리에서 논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선택 기준으로 제시할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책임지는 자세로 내놓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검토해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책집, 즉 매니페스토는 유권자가 대통령을 뽑은 이후에도 정책의 진척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지속적인 검증의 도구로 활용된다. 결국 다음 선거의 선택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중이미지에 기반한 인기를 확보하면 당선되는 시스템. 여론조사 중심의 선거보도는 그런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매니페스토는 당연히 사장되고 만다. 이번 대선에서 언론과 시민운동계의 과제는 매니페스토의 중요성을 유권자에게 널리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요구가 늘어나면 정치권은 앞다퉈 책임정책을 개발하고 공개할 것이다.



   
 
   
 
유문종=매니페스토 평가와 보도 등 정책중심선거 운동이 오히려 후보자들의 정책생산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 후보자의 경우 제시하는 정책이 매우 구체적일 수는 없다. 대선 후보자는 국가관이나 큰 흐름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기회도 많은 편이 아니다. 하물며 언론이나 시민운동측이 지나치게 실현가능성이나 구체성을 요구하면 장기적 비전이나 큰 틀을 발표하기보다,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정책만을 내놓을 우려가 있다.

김창룡=자연스럽게 주제가 매니페스토 성공 어젠다로 옮겨간 듯하다. 이번 대선이나 향후 매니페스토가 성공하기 위한 전략과 그에 대한 구현방법에 대해 각자 생각을 논해 달라.

이홍천=후보가 당선만을 목표로 정책을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책을 생산해야 된다. 만약 선거기간동안 정치권에서 ‘깜짝공약’을 낼지라도 언론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총체적으로 매니페스토적인 인식을 바탕 삼아야 한다. ‘깜작공약’을 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다만, 깜짝공약에 대한 끊임없는 사실검증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대선 역시 경선과정이나 선거운동기간에 후보자가 어떤 이념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인터뷰를 통해 선거용이 아닌 본심을 확인하고 유권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더불어 문서화된 정책집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 이홍천씨  
 
유문종=언론사도 시장에서 각자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에서 경직된 일정이나 내용으로 매니페스토를 실현하기는 힘들다. 다만,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선거과정에서 언론과 시민운동계가 내용과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로 진척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모든 후보자가 동시에 정책발표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후보등록일 기준으로 문서화된 정책집을 발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통해 후보자들의 눈치보기식 정책 내놓기를 막고, 선거전략적으로 상대후보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깜짝공약 발표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혜란=요즘 각 언론사의 대선관련 후보자 정책분석 보도를 보면 결국 후보자 간에 정책 차이가 없다는 논조다. 하지만 조그만 차이라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것이 언론의 본래 역할이다. 그를 위해서 기자들의 정책 이해도가 확장되어야 하고, 딱딱한 내용을 흥미있게 풀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시민사회계도 정당 간, 후보자 간 정책 차이를 깊이 있게 연구 발표함으로서 언론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11월25일(후보자 등록일)에 모든 후보자가 동시에 정책집을 발표하고, 이를 받은 우리 시민사회계도 일정분석기간 후에 동시에 발표를 해야 본질이 왜곡되지 않는다.



   
 
  ▲ 강혜란 소장  
 
김언경=최근 일부 신문의 대선보도에서 매니페스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정보가 유권자에게 전해진 측면이 있다. 더욱이 특정신문이 얼마 전 대선시민연대의 후보자 정책검증 활동을 비판했는데, 활동자체를 친북좌파로 규정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매니페스토’라는 단어에 부정적 인식도 심어진 것 같다. 성향이 다른 몇몇 언론과 시민운동계는 정책보도라는 큰 틀에서 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공정하고 깊이 있는 분석과 보도가 이루어진다고 판단된다. 언론 시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번 대선을 하나의 큰 축제장으로 만들어 볼 계획이다. 유권자에게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김창룡=언론사별로 매니페스토 보도 상황은 어떤가. 실천본부 측은 언론의 주의를 환기하는 노력을 했나.

유문종=매니페스토실천본부 출범식 당시 여러 언론사에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단체가 핵심이슈를 독점하기 위해 했던 것은 아니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대중운동이 되어야 한다. 경향과 한겨레는 정책보도를 잘 하고 있다. 다만, 조선ㆍ중앙ㆍ동아가 매니페스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차별성을 두는 것인지 몰라도 ‘매니페스토’라는 용어자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상황은 매니페스토 하면 중앙일보로 각인되는 것 같다. 그러나 용어를 고집하지 않아도 내용이 중요하고 유권자들 사이에 인식 확산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김창룡=매니페스토가 초기 도입과정에서 다소 부정적 측면도 드러나는 것 같다. 이런 것은 극복해야 할 것일 뿐 매니페스토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이번 대선은 매니페스토가 과연 유권자 혁명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잠재력을 확신시킬 계기다. 미약하지만 유권자로부터 전체 정치권으로 매니페스토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나가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매니페스토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리=윤민우 기자 mwy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