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보도와 관련, 우리 언론의 ‘외신 만능주의’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보도 이대로 좋은가’란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한국 언론의 관행적 문제로 지적된 외신의존현상과 외신맹신주의는 개선돼야 한다”며 “이번 피랍사태 보도에서도 언론 스스로 외신 만능주의에 사로 잡혀 외신의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인질문제 등 민감한 사안과 맞물려 있을 시에 외신은 검증과 확인을 거친다는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고 규정한 뒤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보도를 자제한다는 원칙도 필요하다”며 BBC방송의 ‘복수취재원 확인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가지 구조적 관행적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론 지나친 외신의존, 외신오보조차 받아쓰기 경쟁, 신중보다 신속보도를 최우선하는 관행 문제도 드러났다”며 “외신을 인용해 보도하게 될 경우 오보로 판명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정정보도나 법정소송 등에 휘말리는 않는 편의성 때문”이라고 언론의 관행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김 교수는 “구조적 문제로 등장한 정부의 현지접근 원천봉쇄 문제는 기자풀제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제안한 뒤 “윤리적 문제와 관련, ‘몸값으로 얼마가 지불됐다’ ‘피랍자 성폭행 당했다’등의 보도 역시 외신인용이라 하더라도 너무 쉽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파원 제도에 대한 개선을 지적하며 “경비가 수반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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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보도 이대로 좋은가’란 긴급토론회에서 김창룡 인제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토론회는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했다. (사진=한국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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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국가기간방송사와 국가기간통신사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국가기간 언론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언론사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배려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전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는 “하나의 정치화된 이슈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우리 언론의 경험 미숙을 보였다”며 “전반적인 지식이 낮고 인적자원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오보를 낳게 됐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성폭행에 대한 중동문화’를 비롯해 ‘선글라스맨’ 등 전반적인 중동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만들어진 오보라며 “한 예로 유럽에서도 10%만 중동을 제대로 알고 이름을 표기할 정도인데 우리 언론은 이를 재인용하면서 2차 왜곡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이로에 연합과 조선 기자가 각각 1명씩 상주하는 것과 비교해 중국과 일본은 직원포함 각각 1백여명과 60~80여명이 상주하고 있고 심지어 베트남조차 3명의 특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경험부족과 인맥 관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한국일보 김승일 국제부장은 “취재력과 취재지원시스템의 부재는 국제뉴스의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 식 시각의 실종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우리 국력에 걸맞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합뉴스 최병국 국제뉴스2부장은 “우리 특파원 파견에 대한 실효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특파원이 최소한 카불에 들어갔더라면 아프간 주변 취재를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연합 KBS MBC 등은 정부가 여권법에 의해 승인을 하지 안했기 때문에 파견을 하지 못했는데 이 같은 법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