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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최재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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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회의에서 데스크는 안보정책자문회의에 참석하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계란 세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있다며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정보가 구체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종류의 기습시위나 기습 점거 등의 정보는 항상 불확실하거나 현장에 가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오픈된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뒤 분위기를 감지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눈치를 본 결과 향군회관을 둘러싼 시민단체 회원들의 눈매가 잔뜩 긴장한 것이 뭔가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마침 그 다음 취재를 맡은 일정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계속 기다려보기로 결정한 뒤 비가 오는 풍경을 스케치하며 현장을 지키기를 3시간여. 정형근 의원을 태운 승용차가 정오 무렵 향군회관 정문으로 도착했다.
상황에 간섭을 주지 않을 위치를 잡고 셔터에 올려놓은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정 의원이 입구에 들어가려는 순간 내 시선의 뒤쪽이지만 누군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뒤쪽에서 뛰어온 시민단체 회원은 손을 높이 올리고 무언가를 던지려는 포즈를 취했다.
본능적으로 ‘이거다’며 느끼고 포커스를 정 의원에 맞추며 카메라셔터를 마구 눌렀다. 생계란이 정 의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부터 얼굴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는 장면, 계란이 사방으로 튀기는 장면, 완전히 혼비백산이 된 정 의원의 표정 등 거의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사진이 발행되고 난 뒤 동료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었지만 솔직히 특종을 했다는 기쁨에 앞서 정 의원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만약 우리 아버지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어디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사진기자로서의 욕심에 마음이 기운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정 의원의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동영상처럼 연속된 장면이 아닌 순간을 정지시킨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뉴스의 감동이 새삼 높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비가 오락가락하는 시내로 이제는 내 신체에 일부처럼 허리춤에 딱 달라붙어 있는 사진가방을 매고 편집국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