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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방안 '전면철회' 한목소리

기협, 기자 여론수렴…"원점서 재검토" 의견 대다수

김성후 기자  2007.09.05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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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반발, 세종로 청사 1층 새 통합브리핑룸 이용을 거부하고 2층 현행 브리핑룸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명서를 내고, 새 브리핑룸 이전도 거부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경찰청 등 8개 부처 일선 기자들과 만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달 30일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외교통상부, 통일부, 교육인적자원부, 총리실 출입기자들을 찾아 취재지원 방안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생생한 의견을 청취한데 이어 다음날인 3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일선 기자 대부분은 정 회장과의 만남에서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그 이행을 위한 총리 훈령이 기자들의 취재행위를 제한할 소지가 크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총리 훈령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공무원이 취재에 응할 때 홍보담당 부서를 거치도록 하는 제11조 1항과 공무원 면담 장소를 접견실 등으로 한정하는 12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특히 총리 훈령의 일부를 바꾸는 미봉책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강경 목소리도 잇따랐다.

“브리핑룸으로 왜 몰아넣나”
경찰청 출입기자들은 “기자실을 별관으로 옮기고, 공무원 접촉마저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그냥 받아쓰라는 것과 같다”면서 “시일이 늦어지기 전에 정부가 전향적으로 기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 장소를 접견실 등으로 한정한 것과 관련해 한 출입기자는 “법정 통제구역을 제외하고, 일반 공무원이 다닐 수 있는 곳은 기자들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기자들은 “정부의 취재지원 방안이 나온 뒤 일선 경찰서 출입기자들이 취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한다. 취재 차량을 막거나 방문증을 요구하는 등 예전에 없던 제약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실 이전 문제는 기자들과 논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부 기자들은 “현행 수준의 취재접근권을 보장하겠다면서 기자들을 1층 통합브리핑룸으로 몰아넣으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통합브리핑룸으로 옮기면 기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발상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기자들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 한국인 피랍자 3명 석방에 대한 공식발표를 2층 현행 브리핑룸이 아닌 1층 새 브리핑룸에서 강행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홍보처는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외교부 청사 2층 기자실을 비우고 1층 새 기사송고실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출입기자들은 기자실 이전은 물론 1층 새 브리핑룸 이용도 거부하고 있다.

“선진화 방안 진정성 의심”
통일부, 행자부, 교육인적자원부, 국무총리실 등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본관 4개 부처 출입기자들도 선진화 방안 백지화를 요구했다. 기자들은 “2백조원이 넘는 예산과 1백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으로 채워진 거대 조직을 감시하는 것은 지금도 버거운 일인데 기자의 출입과 취재가 통제되고 접촉이 차단된다면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진화 방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초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이나 하고 있다’는 발언의 연장선에 나온 것으로 그 순수성과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건설교통부 출입기자들은 “브리핑이 거의 날마다 쏟아지고 내용도 복잡한 건교부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홍보처는 무조건 옮기라고 하고 있다”면서 “기자들의 취재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취재 선진화냐”며 따졌다. 한 기자는 “선진화 방안이 나온 이후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안면이 없으면 전화를 걸어도 회의 중이라며 안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천종합청사의 경우 건교부를 제외하고 재경부, 공정위, 산자부, 농림부 등 경제부처는 지난달 13일에 보건복지부, 환경부, 노동부 등 사회부처는 같은달 27일 통합 기사송고실로 이전했다.

출입처와의 유착관계를 부각하며 언론계를 싸잡아 비난하는 국정홍보처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다.

외교부 한 기자는 “기자들이 공무원의 윤리의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70~8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호도한다”면서 “공무원이 변했다면 기자도 변했다. 도덕적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4년여만에 출입처를 담당하게 됐다던 통일부 한 기자도 “요즘 기자들 많이 달라졌다. 취재 경쟁에 바쁘고, 술도 안먹는다”며 “언론계 일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언론계를 썩었다고 매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여론수렴을 마친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언론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자들이 기득권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정부 또한 언론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는 전면 철회하라는 의견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과연 실현 가능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찰청의 경우처럼 대화를 통해 기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