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내 여기자 성희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올 초 A사 전 노조위원장이 여기자들을 성희롱해 지방으로 발령 난 바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B사의 편집국장이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설실장 발령을 받은 뒤, 의원면직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여기자 성희롱·추행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A사의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C기자는 여기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했다. 여기자들은 노조위원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이라며 문제를 제기, 회사는 C기자에게 견책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C기자는 지난 6월 술자리에서 만난 피해 여기자들에게 폭언을 가했다. 여기자들은 아직 C기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회사 쪽에 ‘피해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곳으로 인사조치 해 달라’고 요구, 7월 초 충청지역으로 발령했다.
최근 B사의 D 전 편집국장은 사내 기자들로부터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설실장’발령 후, 결국 31일자로 의원면직됐다. D 전 편집국장의 경우 한 익명의 제보자가 2주전 모 언론사 게시판의 올린 글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제보자는 D 전 편집국장이 지위를 남용, 여기자들을 성희롱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여기자에 대해서는 출입처, 부처에 불이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자들은 총회를 거쳐 D 전 편집국장에 대해 자진 사퇴 등을 주문했었다.
이외에도 올 초 한 언론사 편집국장은 수습 여기자를 성희롱해서 인사조치 됐다가 복직된 바 있으며, 기자는 아니지만 한 방송사 PD도 최근 작가를 성추행 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언론사 내 성희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사가 남성 위주의 문화인 데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 여기자는 “언론사는 굉장히 평등해 보이지만 반면에 매우 위계적인 문화도 지니고 있다”며 “성희롱 문제는 권력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최근 여기자들이 많아져 언론사내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계는 지금이라도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언론사 내에 성희롱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현재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언론사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기자협회와 여기자협회 차원의 규정 마련과 상담역할의 기구 조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자협회 한 관계자는 “각 언론사나 여기자들의 선언적인 성명 채택 등도 이뤄져야겠지만, 기자협회·여기자협회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들어 예방 캠페인을 벌이거나 차제에 상담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우회 박봉정숙 사무처장은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미진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보직·승진 등의 근본적인 성 평등의 문화 조성과 함께 경영진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 표명과 조직원들의 성원이 뒷받침돼 성희롱 예방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