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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기금 '그림의 떡'(?)

융자지원 등 일부 사업 지역언론 실정 외면

김성후 기자  2007.08.29 1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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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사업신청 부진…누적 불용액 250억원



   
 
#지역 일간신문인 H일보는 지난 2월8일자 1면에 ‘H일보 3년 연속 선정’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뽑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 발표로 H일보가 지역의 대표신문임이 여실히 입증됐다고 썼다. 이런 기사는 H일보에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2007년 지역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된 일간지 21곳, 주간지 38곳 모두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싣거나 회사 외부에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김영호)는 최근 기금지원사업 미신청 신문사 현황을 홈페이지(www.dn.or.kr) 공지사항을 통해 밝혔다. 지역신문발전위는 일부 신문사가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되고도 각 분야별 사업에 신청을 하지 않아 기금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금신청을 하지 않으면 기금 불용액이 발생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차년도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사업계획서 제출을 독려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현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에 선정된 지역 신문사들은 기금사업 완료 시점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일부 사업에 무관심하거나 사실상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신문 지원사업을 시작한 2005년 9월 이후 사업비를 쓰지 않아 남은 기금불용액이 2005년 1백81억원, 2006년 70억원 등 모두 2백50억원대에 달하고 있어 지발위의 자금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책정기금 1백99억원
지발위에 따르면 매년 2백억원 안팎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우선지원대상에 선정된 신문사에 집행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지원, 조사연구 연수교육, 정보화 지원, 공익성 구현 등 4개 분야로 나눠 기획취재 지원 등 14개 세부사업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융자지원사업 50억원을 포함해 모두 1백99억7천만원.

하지만 사업 완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지원대상 신문사들이 일부 분야별 사업에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취재 사업의 경우 새전북 신문 등 19개 신문사가 사업을 아예 신청하지 않거나 했어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턴사업의 경우 경남신문 등 6개사, 프리랜서 전문가 분야는 강원일보 등 4개사, 지면개선-콘텐츠 개선 분야는 강원도민일보 등 34개사가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책정된 기금 1백99억7천만원이 전부 쓰일 수 있을지, 기금 집행을 서두르다 졸속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백50억원에 이르는 기금불용액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발위 관계자는 “6월 현재 기금 집행률이 45%에 달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면서 “연말까지는 80% 이상은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융자 지원 신청사 1개사 뿐
지역신문기금 집행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지원 사업이 지역신문의 여건과 환경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융자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융자사업비는 올해 50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신청 회사는 고작 1개사에 불과하다. 지난해도 1개사였다. 나머지 신문사들은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융자를 받으려면 담보를 내야 하는데 상당수 지방 신문사들은 담보 여력이 없다. 자격 여건이 아예 안된다는 얘기다. 지방 일간지들이 이렇다면 지방 주간지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최정수 경남도민일보 경영관리국장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신문사에게 융자지원사업비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면서 “융자조건을 담보가 아닌 신용대출, 상환기일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팅 사업도 마찬가지다. 인력부족으로 제작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컨설팅 지원 보다는 제작 환경 개선 등에 치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경영컨설팅 사업은 굶주림에 처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링거를 주는 대신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러닝머신에서 뛰라는 것과 같다며 현실을 무시한 지발위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미신청 사업이 많은 데는 물론 신문사 내부 사정도 깔려 있다. 지난해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된 지방 모 신문사는 그해 가을께 편집국 기자들에게 해외출장 금지를 지시했다. 기자들이 기획취재를 위해 연이어 해외로 나가면서 신문 제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서로 기획취재를 하겠다고 해서 교통정리에도 얘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열악한 제작현실에 인력난마저 겪고 있는 지역신문의 아픈 현주소다.

천세익 지발위 지역신문지원팀장은 “융자지원 사업을 사옥 이사, 컴퓨터 교체 등 경영개선 쪽으로 돌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기획예산처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