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제한 논란을 두고 벌어지는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과 정부의 갈등은 언론-정권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정부는 외교부에 제일 먼저 기사송고실 이전을 요구했다. 이후 각 출입처 기자들의 이전 거부는 모든 부처에 걸쳐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외교부 청사 1,2,3층을 개조해 통합브리핑룸을 만들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정부종합청사 본관에 있는 부처 출입 기자들도 이곳을 사용하게 된다. 1층은 마무리됐다. 2층 공사를 시작하려면 현재 외교부 기자들이 쓰고 있는 기사송고실을 꼭 비워줘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부처와 달리 직접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또 외교부 출입기자 사이에서 쌓여온 불만이 정부의 무리수로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교부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취재 시스템이 이미 상당 부분 정부의 요구대로 진행된 상태다. 이 시스템은 기자들과 외교부가 모 중앙일간지 기자의 ‘무단출입’ 논란으로 한 차례 마찰을 겪은 뒤 협의를 거쳐 2004년 말부터 시행됐다.
현재 외교부는 기자들이 청사 일반 사무실을 구조적으로 출입할 수 없도록 돼있다. 직원들에게만 지급되는 패스 카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기사송고실에 있는 외교부 직원에게 전자칩이 부착된 공용 패스를 받아야 한다. 사무실에 갈 일이 있다고 미리 알려줘야 패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만날 공무원과 반드시 미리 약속을 해야 한다. 정부 측에서 기자가 어떤 공무원을 만나는지 모두 파악이 된다.
전화 취재는 심의관급 이상만 할 수 있다. 그 이하 직급 공무원은 “책임있는 답변을 할 위치가 아니다”는 이유로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 심의관 이상은 사전 허락 없이도 기자가 직접 통화를 시도할 수는 있다.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에 따르면 전화·대면 등 모든 취재를 홍보관리관에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접견도 정부가 정한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정부부처 가운데서도 안 그래도 취재가 까다로웠던 외교부 기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외교부 기자들은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공무원 취재가 불가능해진다”고 보고 정부 측에 “앞으로 취재시스템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문의했으나 뚜렷한 답변 없이 송고실 이전만 독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기자들이 1층 통합브리핑실로 옮기라고 통고받은 9일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인질 구출 군사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이 나오는 등 아프간 인질 문제가 심각했을 때다. 정부는 하루 전인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발표했다. 기자들은 피로감이 극에 이른 상태에서 이후 취재시스템에 대한 확답 없이 “이틀 안으로 방을 빼라”는 독촉만 반복해 듣게 된 것이다.
기자들은 뒤늦게 수습에 나선 국정홍보처가 “외교부는 현행 취재시스템 유지를 허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홍보처가 확인한 공식 문서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국정홍보처 안영배 차장은 지난주초 외교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으나 “카메라 촬영과 녹음을 허용하고 공식적으로 약속하라”는 기자들의 당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조희용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런 내용을 언급했으나 기자들은 공식 문서양식이 아닌, 임의로 문서편집기로 쓴 편지글만 갖고는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정홍보처 측은 “우리가 45개 부처를 일일이 문서로 보장할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외교통상부 출입 기자단은 27일 회의를 열고 국정홍보처가 총리훈령인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을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문안이 공식 확정된 뒤 취재접근권 보장 방안을 놓고 정부 당국과 논의를 재개키로 했다. 다른 부처 출입기자 등 언론계 전체와 보조를 맞춰 이번 사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일단 휴전 상태에 들어간 외교부의 ‘취재제한’ 논란은 총리훈령이 어떻게 수정되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