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사 육아·탁아 지원 '미미'

수유공간 마련한 여기자 휴게실 절반 불과…시설·관리도 소홀

곽선미 기자  2007.08.22 14:23:51

기사프린트



   


 


기자협회는 지난 10일 창립 43주년을 맞아 ‘여기자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여기자들은 사회의 남녀평등 분위기 조성과 함께 여기자 권익도 상당부분 신장됐으나 남성위주의 문화 속에서 좀 더 세심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기자협회 차원의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본보는 언론사별 여기자 복지 및 육아 관련 사항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신문사(조선 중앙 동아 서울 경향), 방송사(MBC, KBS, SBS, YTN), 통신사(연합뉴스) 등 10곳이다.

휴게실 있지만 수유 공간 부족
현재 언론사(신문 5곳, 방송 4곳, 통신 1곳)에 근무하는 여기자 수는 대략 14%정도였다. KBS와 서울신문의 경우 여기자 수가전체 인원의 20%로 높았다.

하지만 여기자들의 휴가와 휴게실 등 복지 부분에 있어 각 언론사들의 지원은 여전히 미약했다. 여성 휴게실의 경우 대다수 언론사가 마련해 두고 있지만 쾌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직원휴게실이 아닌 여기자 휴게실을 마련한 곳은 MBC, 조선일보 등 5곳에 달했으며 여직원(기자)숙직실을 휴게실과 별도로 만든 곳은 5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시설은 그리 쾌적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한 여기자는 “여기자 휴게실로 마련된 곳에는 간단한 침대와 소파 등이 놓여있지만 따로 청소하는 사람이 없고 기존에 사용하던 오래된 이불 등이 그대로 놓여있어 그야말로 잠시 쉬었다가 나오는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자휴게실에 수유공간이 특별히 마련된 곳은 많지 않았다. MBC, 연합뉴스,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에서 수유공간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조사대상은 아니었지만 매일경제, 한국경제, CBS 등도 수유공간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 한 여기자는 “한겨레의 경우 수유공간이 있긴 하지만 기존 휴게실에 칸을 구분해 둔 정도라서 아직도 화장실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헤럴드경제의 경우 빠르면 이달 말 수유공간과 냉동고 등이 마련된 여기자휴게실을 준비 중이다. 헤경 권영수 홍보실장은 “대부분의 여기자들이 수유를 위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젊은 여기자들의 입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여기자휴게실 내에 수유공간을 두도록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생리휴가 사실상 사문화
지난 10일 여기자 좌담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여기자들의 생리휴가가 보장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언론사는 생리휴가를 쓰더라도 무급으로 규정된 경우도 있었다.

KBS를 비롯한 8개 언론사는 생리휴가,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보장받고 있다.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생리휴가는 한 달에 1일, 출산휴가는 90일, 육아휴직은 2백70일(법정 1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생리휴가의 경우 단체협약 조항으로 남아있으나 사실상 사용하는 이가 없어 사문화됐다. 서울신문은 생리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무급으로 변경했다. 중앙일보는 생리휴가 자체가 없는 상태다. 경향신문 한 여기자는 “경향은 유급이지만 기자라는 특수성과 남성 데스크 등의 이유로 거의 사용하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휴가의 경우 대다수 언론사가 보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용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여기자들은 육아휴직을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6개월 정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1년을 사용한 경우는 드물었다. 남기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토록 하고 있지만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산전·산후 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매일경제는 임신 중의 여성 조합원에 90일간의 산전 후 보호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난 때문에 부서당직은 물론 야근당직까지 서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매경 노조는 최근 노보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MBC,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 일부 언론사에서는 유산 혹은 사산휴가가 있다. 특히 매경은 임신 4개월 이후 유산의 경우도 출산으로 간주해 45일의 유급휴가를 주며 4개월 미만은 10일간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 동아일보는 임신한 여성 조합원에게 임신상태의 건강검진을 위해 본인이 청구할 경우 1일의 휴가를 주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자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여기자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인력난이 있어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모성보호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임신, 출산, 육아 관련 휴일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토록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MBC·SBS·조선, 탁아방 운영
결혼한 여기자들의 경우 육아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지만 언론사들의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방송사와 주요 언론사의 경우 타 신문사들에 비해 지원이 잘되고 있었으나 일부 언론사들은 탁아는 물론 육아 지원비 일체도 없는 곳도 있는 등 편중현상이 뚜렷했다. 또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더라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탁아방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1994년 문을 연 KBS어린이 집에는 70여명의 영유아들의 보육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문을 연 MBC어린이집에는 20여명의 영유아들이 보호받고 있다. 올해 문을 연 SBS 어린이집은 30여명이 맡겨져 있다. KBS어린이집은 3월 입학시험에 맞춰 형성되며 만 2(12개월~24개월)세부터 4세까지 보육대상이다. 보육료는 부모가 월 15만원을 내고 교사 인건비는 노동부 지원을 받으며 나머지는 회사 지원이다. MBC어린이집은 1~4세까지로 약 15~30만원 선이다. 교사인건비는 정부가 지원하며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SBS도 1~4세를 맡길 수 있으며 18~31만원 을 부담하고 있다.

신문사들 중에서는 조선일보가 탁아방을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동아일보도 주변 탁아소와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약 2년 전 근처 광화문 새문안 교회와 종교교회 어린이집에 위탁경영을 시작했으며 10여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교육비 부담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보육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출입처가 아닌 회사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를 데리고 오고 가는 문제가 있다”며 “그 보다는 현금을 지원해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고민은 방송국 기자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상당수 언론사는 유치원 등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자금을 지원하는 게 대부분이다. YTN은 한 자녀 당 월 8만원을 두 자녀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또 조선일보는 3~4세는 연간 1백80만원을, 5~6세의 경우 연간 1백20만원을 지원한다.

언론사 대부분이 약 5만원의 육아지원비를 지급하고 있으나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은 전혀 지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언론사를 비롯해 경제지, 일부 일간지 등 신문사들은 육아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기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차별 줄었지만 승진 기회 적어
이번 조사에서는 여기자 복지, 육아문제 외에도 좌담회에서 지적된 승진에 있어 남녀차별 문제도 점검했다. 조사에 따르면 여기자들 중 현재 편집국장 혹은 보도국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또한 최근 2년 이내에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진출한 부장도 동아일보 사회2부장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겨레와 내일신문 등에서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 수는 지역 언론을 포함해 5명 정도에 불과하다. 편집국장이 아닌 고위직 진출로는 연합뉴스,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이 있다. 신문·방송 논설위원 및 간부는 22개사 8명 등이 활동 중이다.

또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여성리더계층의 부상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전국 11개 일간지 수습사원 채용에서 여기자의 비율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12년에는 언론계 여성 비율이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자들은 여기자 수가 확대되는 만큼 승진 등 상층부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자협회 이선희 사무국장은 지난 7월 관훈저널에 실린 ‘과연 여기자 전성시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 조사에서 여성수습기자 선발은 39%로 현저히 늘었지만 상층부 진입은 ‘여성 최초’라는 각인이 어려워지면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추세다”고 진단했다.

MBC 한 여기자는 “이제는 언론계에서 여성이라는 특수성이 거의 반감됐다”며 “여기자들이 정치, 경제 분야에 진출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주로 배치된 곳도 교열, 문화, 국제 등이라 앞으로 편집국장 및 보도국장 진출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여기자의 상층부 진입을 높이기 위해 인력운용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여기자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상층부 진입의 기회도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