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경험률·출산기피 사례 등 기자협회 차원의 여기자 복지실태 조사 필요
◇좌담회 참가자(가나다순)
김영희 한겨레 기자, 선재희 KBS 차장, 임미현 CBS 차장, 조현정 매일경제 기자, 사회=본보 김신용 편집국장
최근 여기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자들은 아직도 남성위주의 기자 문화를 강요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 눈에 보이는 차별은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기자들에게 걸맞는 복지와 육아 대책 등에 대한 언론사의 지원은 미미하다.
이에 기자협회는 창립 43주년을 맞아 여기자들이 어떠한 지원을 받고 있는지, 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여기자들의 복지는 어떤 실정인가.
선재희 KBS 문화복지팀 차장=여기자에 대한 지원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 세부 사항들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최근 몇몇 언론사들이 여기자 휴게실을 신설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자들은 따로 만나 대화할 곳이 없어 화장실 등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 KBS는 여기자 숙직실은 있다. 침상이 10개 정도 마련돼 있으나 넓거나 쾌적하지는 않다.
여기자들은 생리휴가가 있더라도 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임신휴가는 비교적 지켜지고 있다. 법정 휴가기간인 90일을 다 쓰는 편이다. 최근에는 육아휴직도 늘도 있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1년도 가능하지만 형편에 따라 2~6개월 사이에서 주로 이용한다. 출산휴가 등은 시행초기 남기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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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현 CBS 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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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현 CBS 경제부 차장=여기자만을 위한 휴게실은 없지만 여직원휴게실는 있다. 기본적으로 기자들은 외근이 많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따로 만들지 않은 것 같다. 숙직실은 침상 4대가 놓여 있다.
생리휴가 있지만 여건상 사용 힘들어
보도국 여기자중 생리휴가를 챙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배들도 차마 말을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작국 여성PD들은 챙겨 쓰는 편이라고 들었다.
여기자들의 복지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전통적으로 여기자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희 한겨레 경제부 기자=한겨레는 여기자숙직실이 있다. 침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불만 놓여있는 수준이다. 8~9명 정도가 사용 가능하다. 최근 한쪽 벽을 막아 수유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불편한 점이 있어 아직도 화장실에서 주로 수유를 하고 있다.
한겨레도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 쓰지 않으면 생리수당이 나온다. 생리휴가를 챙겨 쓰는 여기자는 없다. 구조상 생리휴가까지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여기자들은 생리휴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조현정 매일경제 국제부 기자(노조 사무국장)=매일경제는 올해 처음 여기자휴게실이 생겼다. 소파 두 개와 냉장고, TV 등이 마련돼 있다. 침대와 수유실은 아직 없다. 내근직과 외근직 여기자 비율은 반반이지만 휴게실 사용은 내근직이 앞도적으로 높다. 최근 헤럴드경제에서 수유실을 포함한 여기자휴게실을 만든다고 알려지면서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만들더라도 외근기자들이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임미현=생리휴가를 쓰는 것도 좋지만 지혜롭게 써야한다. 과거 한 여성PD가 생리휴가를 한번에 몰아 여행을 가버린 사례가 있었다. 지금까지 사내에 생리휴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남아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사회=예전에는 여기자들이 남기자들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전히 이런 사례들이 많은가. 남기자들은 야근, 당직, 지방근무 등에 있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임미현=CBS만 놓고 본다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출입처 배정에 있어 차별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여기자라고 하면 문화부에 주로 배속됐다. 정치부, 사회부로는 가지 못했다. 지금은 출입처에 있어 차별은 거의 없다. 이는 여기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진 것이다. 사회적으로 여자들이 못하는 분야가 없다는 인식도 영향을 줬다.
임금에 있어 차별은 군 가산 경력 인정 말고는 없다. 당연히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은 여기자와 같은 임금체계에 속한다. 여기자들은 야근이나 당직, 지방근무 등 남기자들과 동일하게 일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남기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언뜻 보기엔 남, 녀 기자 사이의 차별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여기자들은 “드러난 차별은 줄었지만 언론계가 남성위주의 문화라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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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희 KBS 문화복지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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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희=예전에는 구조적으로 차별이 존재했었다. 여기자를 배려해 문화부에 배치했다고 하지만 해당 여기자에게는 차별로 여겨졌다.
연수나, 재교육은 글쎄. KBS는 연수자 선발에 있어 나름대로 공정한 시스템을 거친다. 특별한 차별이랄 게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 여기자들이 연수를 다녀온 케이스가 많지는 않다. 이는 전체 인원에서 남기자 수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기회가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자들의 수가 늘고 있으니 내후년부터는 여기자들의 연수 케이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희=드러난 차별은 정말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앞장서서 여권 신장, 남녀평등을 실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여기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인식이 변화된 것뿐이다.
한겨레의 경우 현재 경제부에 5명, 정치부에 3명의 여기자가 배치돼 있다. 창간 이래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큰 고민을 안고 있다. 허리를 담당할 역할 모델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선배 여기자들이 회사를 많이 떠났다. 젊은 여기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지만 커리어를 쌓아 요직을 담당할 수 있게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연수의 경우 기회가 적었던 측면이 있다. 외부 재단에서는 그 재단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기자에게 기회를 주려한다. 관련 부서는 정해져 있고 그런 부서에 여기자들의 배치 비율이 높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제 경우엔 연수를 다녀왔지만 논설위원급이 아닌 평기자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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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정 매일경제 국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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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젊은 여기자들은 기존처럼 눈에 띄는 차별은 거의 사라졌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언론사라는 조직 자체가 남성화돼 있던 기존의 틀을 완전히 개혁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경향적으로 남성이 가진 특성들과 상충되는 측면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 젊은 여기자들은 남기자들처럼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김영희=취재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여기자들에게는 어려움이다. 여기자들은 취재원과 늦도록 술을 마시기 힘든데 이런 점이 기사 생산력 평가와 직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생활에 있어 육아, 가사 등에 부담을 안고 있는 여기자들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
술자리·인맥·학연 중시 취재환경 여전
최근 10년 사이 기자들의 조직문화, 사회적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나 정·경·사 등 스트레이트부서는 큰 변화가 없다. 기자건, 취재원이건 술자리와 인맥, 학맥을 중요시 여기는 풍조는 여전하다. 여기자들은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이 오늘날 언론계를 둘러싼 환경이다.
사회=기자협회는 오래전 기자들을 위한 탁아소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근래 맞벌이 기자들 사이에서 육아에 대한 고민과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육아, 탁아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선재희=여기자들은 육아에 있어 고민이 많다. 아이를 맡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질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하기도 한다.
KBS는 탁아방이 있다. 1994년 1월 오픈했으며 현재 원생은 90여명에 이른다. 오전 9시30분에 오픈해 저녁 10시까지 운영된다. 인기가 높아 대기자들도 많다.
탁아방 시설, 질적 문제도 고려해야
저 역시 KBS 탁아방을 이용해봤다. 하지만 곧 그만뒀으며 친정어머니가 돌봐줬다. 좀 배부른 이야길 수 있지만 영유아를 한 시설에서 12시간씩 있게 한다는 것이 아이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친정어머니는 대를 이어 육아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한 여성이 사회생활을 원하면 다른 여성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세대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대를 이어 여성들이 희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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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 한겨레 경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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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한겨레 노조에서 지난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조합원들의 경우 ‘보육을 누가 담당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답변이 ‘부인이 한다’였으며 다음으로 ‘어린이집’이었다. ‘자녀양육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도 많았다. 사교육비에 대한 걱정도 높았다.
정책은 양의 문제를 생각하지만 엄마가 되면 질적 부분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교육비에 따라 다른 수준의 교육을 제공받는다. 엄마의 경쟁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바쁜 기자엄마들의 ‘속앓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조현정=매경은 아직 탁아소 없다. 인근에 유해지역인 주유소가 있어서 탁아소 설치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조선·동아의 경우 지정 탁아소가 있지만 이용수요는 굉장히 낮다. 회사 근처다 보니, 출입처가 다른 곳에 있는 기자들일 경우 데리러 오고 가야 하는 문제로 인해 오히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경은 최근 소정의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같은 현금지원이 좀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학자금 지원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지원이 좀 더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미현=아이를 키우는 것도 문제지만 후배 여기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를 가지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불임휴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언론사도 임신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여기자 복지에 대한 전반적 대안에 대해 논의해 달라.
조현정=예전에는 기자라는 직업을 엘리트라고 했다. 요즘엔 3D 직종 중 하나로 취급된다. 이직이 늘고,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때문에 방송·신문 기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여기자뿐만 아니라 기자조직 전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늘어야 한다.
정기모임 개최 등 여성분과특위 활성화를
기자협회 내에 여성분과특위가 있는지는 몰랐다. 모르고 있다면 그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여기자들이 중심이 돼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봤으면 한다. 분기별로 모여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행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희=기업들도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언론사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기자협회 여성분과특위에서는 모성보호 실태나, 불임, 유산 경험률, 출산기피 사례, 그에 따른 요인과 대처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으면 한다. 이런 내용들은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이야기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남기자들이 알면 충격적일 수 있다.
또 하나 출입처 배정 등 차별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승진에 있어서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자가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과 남기자의 경우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나타난다면 문제다. 기자협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짚어나갔으면 한다. 기자들에게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기자사회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으며 남자들도 아이를 봐야 한다는 쪽으로. 여성들만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다.
선재희=여성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는 시청자들의 주권이 확보되기 위해서라도 요구된다. 남기자들은 모유·수유 문제들이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는 너무나 중대한 문제다. 뉴스의 방향을 시정할 수 있는 일이다.
비단 여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교수들의 안식년 제도는 재충전을 위해서 기자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미현=외형상 드러나는 남녀 기자의 차별은 거의 사라진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경향적인 문제들에 있어 차별이 존재하는 만큼 보다 섬세한 작업들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급선무는 인력 운용시스템의 제도화다. 데스크 급 자리에 오르려면 어느 출입처를 거쳤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정치부나 사회부(검찰·경찰) 등 주요 포스트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정치부장이나 보도국장을 맡기게 하는 일은 없다.
때문에 차후에 여기자들이 이런 자리에 갈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각자의 능력에 맡겨야 한다.
정리=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