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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곡할 현금인출 사건

[지역 취재보도부문]부산일보 이현정 기자

부산일보 이현정 기자  2007.08.02 09: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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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일보 이현정 기자  
 
제보자가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 있었던 시각, 경기도 분당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뭔가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이 때문에 은행도 경찰도 제보자의 자작극으로만 몰고 가는 상황. 제보자는 마지막 방편으로 언론을 찾았다.

답답해하던 차 평소 친분이 있던 민원실 경찰이 제보자가 경찰에 사건을 접수한 날과 같은 날 유사한 사건이 또 한 건 접수됐다는 사실을 흘려줬다. 신종사기 수법일 수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고 수사지원팀에서 유사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뒤 경찰에게 역으로 정보를 넘겨줬다.

첫 보도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사회 뉴스 검색1위에 오르고 3백개에 가까운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그만큼 현금인출기와 은행카드는 금융생활의 기본. 일상 너무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들이었다. 자작극이라고 믿는 편이 앞으로의 금융생활을 순탄하게 만들어주게 될 터. 댓글 내용도 제보자의 자작극으로만 몰고 갔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현금인출기는 믿을 것이 못 되었다. 가짜현금인출기는 카드가 들어온 사이 재빠르게 카드를 복제했고 비밀번호를 누르게 해 CCTV로 녹화했다. 인출기는 돈 한 푼 들어있지 않은 `가짜’였고 화면에는 에러 메시지가 떠 이용자의 눈을 속였다.

보도 이후 금융감독원도 조사에 착수했다. 현금인출기를 운영하는 VAN(부가통신)사업자 중 1개 업체는 기기를 각 개인에게 분양해 줘 관리까지 맡기고 있었던 실태가 드러났고 현금인출기와 관련한 각종 대책, 입법 방향들도 쏟아져 나왔다. 언론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그네틱 카드의 복제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점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현금인출기 관리 수준이 일반 자판기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도 짙어졌다. 대만이나 중국에서 종적을 감춘 수법들이 한국에서 활개를 치는 일이 없도록 발빠른 대응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