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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2007.08.02 09: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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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지식인’을 가지고 시리즈를 준비한다는 편집국내 소문(?)을 들었다. 기획 의미는 있을 듯 한데 소재도 어렵고 해서 쉽지 않을텐데 하고 남 걱정을 하던 차에 ‘지식인팀’ 파견 명이 떨어졌다. 3월 중순쯤이었다. ‘지식인’이라니, 그것도 시리즈로... 숨이 차올랐다. ‘Why me!’. 명을 받은 날 사무실로 가보니 보름 앞서 차출되었던 후배 손제민·장관순 기자는 우울증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었다.

위로부터의 주문생산이었지만 주문의 내용이 명확치 않았다. 몇몇 학자들이 가져온 시리즈 원안이 있었는데, 나중에 시리즈의 큰 흐름에는 상당 부분 반영되었지만 원안 자체는 담론과 기고 위주라 그대로 종합면에 싣는 것은 무리였다.

담론 위주인데다 사건적 가치가 떨어지는 지식인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취재팀은 취재의 ABC로 돌아갔다. 수백건의 기사를 스크랩하고 지식인을 다룬 수십권의 책들을 사다봤다. 1백여명의 지식인을 직접 또는 서면 인터뷰했다. 지식인 죽음 담론을 ‘담론으로 전하지 말자’, ‘데이터를 직접 만들자’, ‘코멘트와 케이스로 풀어내자’는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소재가 어려우니 기사는 최대한 쉽게 풀어내자는 취지였다. ‘지식인 지도’, ‘문민·군사정권 넘나든 장·차관 분석’, ‘지식인 설문’, ‘해외 박사 분석’ 등 자료·데이터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해본다.

원안에다 취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기획안을 만들었다. ‘우리 시대 지식인의 초상’이란 무난하면서도 한편으로 감상적인 시리즈 제목은 국장단의 검토를 거치면서 ‘민주화 20년’이 붙고, ‘초상(肖像)’은 ‘죽음’으로 바뀌었다. 취재팀은 “작년에는 경향신문이 진보·개혁 세력을 위기(진보개혁의 위기 시리즈)에 빠트리더니, 올해는 지식인을 죽이는구나” 서로 농반진반을 주고받았다.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프레임은 장단이 있었다. ‘비판적·저항적 지식인’으로 한정한다면, 시기적으로 2007년은 맞아떨어졌고, ‘죽음’이란 수사도 무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레임 자체에 대해서는 학계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많은 도움 말씀을 줬다. 취재팀에게 큰 영감을 준 이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병권 선생이다. 고선생은 인터뷰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지식인의 죽음을 예감하다’는 미발표 논문도 보내줬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