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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무이자 광고 천국 ··· 정부는 뒷짐

[취재보도부문]한겨레 안선희 기자

한겨레 안선희 기자  2007.08.02 09: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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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안선희 기자  
 
‘무이자~무이자~무이자’ 아마 이 노래는 한국 광고 역사에서 가장 히트한 CM송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기사가 나간 날 한 독자는 전화를 걸어와 “유치원 다니는 아들이 친구들과 같이 ‘무이자’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며 개탄했다. 이 광고뿐이 아니었다. TV만 켜면 인기 연예인들이 나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대부업체들 광고가 쏟아졌다. 대부업체들은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누구도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광고들을 수십개 뜯어보고 관련 법률들,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접촉해나가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보였다. 하지만 단속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식은 안이했다. 한 공무원은 이런 말을 했다. “달을 따다 주겠다는 광고를 하면 누가 믿나요.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광고를 누가 믿겠습니까?” 아무도 믿지 않는 광고를 대부업체들은 왜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하고 있을까? 광고가 사금융 폐해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하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공정위가 보도 당일 실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대부업 광고에서 ‘무이자’라는 표현의 사용을 금지했고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문구를 반드시 삽입하도록 했다. 광고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은 잇달아 출연 중단을 선언했다. 정당·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 광고 규제를 촉구했고, 국회에는 밤 10시 이후 대부업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광고 문제에 이어 한겨레는 ‘은행 이용 못하는 저신용자 7백만명’ ‘서민 등치는 대부업 중개인’ 등 서민금융 관련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다. 마침 TV에서도 사채의 폐해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몇 달 사이에 서민금융 현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인식 수준이 한단계 높아졌음을 느낀다. 한겨레의 보도들이 이 과정에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금융담당 기자의 주요 출입처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이다. 그들과 주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쓰다보면 은행 문턱에도 가지 못하는 서민들은 잊어버리게 된다. 서민금융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도록 상기시켜주는 부장과 팀장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