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의 내부 진통이 이준안 위원장의 사퇴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보궐선거 일정에 들어간 언론노조는 위원장 직무대행 자격과 규약 재개정 문제를 놓고 다시 논란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안 위원장이 20일 중앙위에서 재신임에 실패한 뒤 최창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선임되면서 회계부정사건 이후 계속돼온 ‘언론노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허찬회 수석 부위원장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규약 상 위원장의 유고 시 직무대행은 수석부위원장이 맡아야 한다”며 “최창규 부위원장이 계속 직무대행 직을 수행하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회계부정 사건 처리도 “언론노조가 소수의 관료화된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진정한 개혁을 바라는 대다수 조합원의 열망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수석부위원장의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최창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24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노조가 회계부정을 덮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은 “조직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최창규 직무대행은 “허 수석부위원장이 6월 이후 사무실에도 거의 출근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역할조차 하지 않았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복귀해서 주장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백재웅 동아일보신문인쇄지부장과 이시우 경남도민일보지부 사무국장은 같은 날 언론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허 수석부위원장에게 공개질의서를 올렸다. 백재웅 지부장은 “허 수석이 현재 징계위 논의와 회계시스템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물만 덮는데 급급하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남신문 등 14개 지역신문 지부들도 26일 ‘언론노조, 이제 주저함 없이 제 길을 가야한다’는 성명을 내고 “허찬회 수석은 위원장과 함께 동반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규약 가운데 위원장 직무대행 선출에 해당되는 조항은 ‘제5장 임원’ 부분이다. 제37조 ‘임원의 임무’에는 “수석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보좌하며 위원장 유고시 위원장을 대리한다. 수석부위원장의 유고시 중앙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지명된 부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을 대리한다”고 나와 있다. 제38조 ‘임원의 선출 및 임기’에는 “조합은 임원의 유고시 신속히 유고된 임원을 보선해야 한다. 대의원회 개최 이전이라도 중앙위원회 의결로 그 직무대행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20일 중앙위원회에서 중앙위원들은 “위원장이 재신임을 받지 못해 사퇴한 마당에 동반출마했던 수석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다음 순위 임원인 최창규 부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최창규 위원장 직무대행은 보도자료에서 “위원장 직무대행 선임대상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제외한다는 것은 허찬회 수석부위원장도 동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허 수석부위원장은 규약에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도록 명시돼있어 법적으로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회의록에 기록된 대로 중앙위에서 최창규 부위원장을 선임할 때 동의한 적이 없다”며 “규약을 확실히 알지 못해 그 자리에서 나서지 못했으나 노무사,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한 뒤 정식으로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