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31일 성명을 내고 “정치인이나 수사기관에 의한 정보원 공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이는 가장 기본적인 직업 윤리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이날 ‘취재원은 보호돼야 한다(경향신문 관련)’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경향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부동산 문제를 취재 보도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등이 정보원을 공개하라고 공세를 가하는 것은 기자들에게 직업 윤리를 저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협은 성명에서 “기자협회는 협회윤리강령과 실천요강, 신문윤리실천요강에 근거,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원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검찰이 수사편의를 위해 또는 정치인들이 정략적 목적을 갖고 퍼붓는 공세에 대해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협의 또 “언론이 대선 후보들에 관한 사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그들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도덕성과 정책구상 등을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것”이라며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공익을 저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취재원은 보호돼야 한다-경향신문 관련
얼마 전부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언론은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보도를 해 왔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취재해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증팀의 자체적 노력에 더해 은밀한 취재원을 이용해 이후보의 도덕성에 관한 검증보도를 했다. 한나라당의 김형오 원내대표 등은 이런 보도를 한 경향신문에 대해 보도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말하지 않고 누구에게서 정보를 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의혹을 제기하면서 취재원을 공개하라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월간지 신동아도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보고서’ 문제에 관한 정보를 한 정부 인사로부터 넘겨받아 보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검찰은 정보원이 누구인지 조사하기 위해 신동아 기자의 이메일 계좌를 추적하려 신동아 사무실에 들어가려다 기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기자들이 누구에게서 정보를 얻었는지 수사하려는 사람들을 눈을 감은 채 그대로 놔 둘 수는 없다.
한국기자협회는 정치인이나 수사기관에 의한 정보원 공개 요구에 응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언론인에게 있어서 ‘정보원 공개 거부’는 가장 기본적인 직업 윤리에 속하는 사항이다. 기자협회는 협회윤리강령과 실천요강, 신문윤리실천요강에 근거해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원의 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검찰이 수사의 편의를 위해, 또는 정치인들이 정략적 목적을 갖고 퍼붓는 공세에 대해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요구는 우리가 선언한 윤리강령을 위반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들의 행태는 우리 기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직업 윤리를 저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자의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제정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취재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신문윤리실천요강에도 ‘기자는 취재원의 안전이 위태롭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그 신원을 밝혀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이 대선 후보들에 관한 사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그들을 곤란하게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은 자사의 이익을 넘어 더 큰 공익을 위해 후보들의 도덕성과 정책 구상, 인물됨 등을 국민을 대신해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큰 공익을 저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론사가 취재원을 공개한다면 향후 누가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겠는가. 취재원의 익명성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언론인에 있어서 취재원 보호는 정보의 원천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든 수사의 목적이든 언론인에게 정보원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