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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과 실 함께 따지는 균형보도 아쉽다"

평창 등 국제행사 유치 언론보도

장우성 기자  2007.07.17 1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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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정보 제공보다 분위기 몰이 급급

여론조사 결과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국제행사 유치에 대한 언론보도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유치를 위한 분위기 몰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평창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적인 각종 국제행사 유치에 언론들의 차분한 보도가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행사를 유치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면밀한 검증없이 과장된 평가를 그대로 보도했다는 비판이다. 생산이나 부가가치 효과를 순이익인 양 선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매출 규모만 계산할 뿐 손익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국무조정실이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에게 제출한 ‘국제행사 사업타당성 검토 보고서 심사결과’에도 나타났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사업비나 시설비를 과다책정하고 경제성을 과대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유치가 결정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인천 아시안게임도 소요경비가 과다책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국제행사를 유치한 많은 도시들은 폐막 후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우리나라 10곳의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유일했다. 대구월드컵경기장은 가장 많은 30억7천7백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들 경기장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매년 시·도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1976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은 10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까지 부채를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올림픽의 3천7백억원 흑자는 정부가 지원한 6천억원을 계산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도 경기장 운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04년 올림픽을 유치한 그리스 아테네도 예상보다 5배 이상의 지출이 이뤄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릴레함머, 알베르빌, 토리노, 나가노 등의 역대 대회가 모두 적자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잘 보도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동계올림픽의 메카인 인스부르크는 1964년과 1976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치렀으나 시 재정이 파산상태에 이르러 2002년에 세 번째 유치 도전을 위해 주민투표를 벌인 결과 70% 이상의 반대로 포기했다.

평창의 경쟁도시였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경우 시의회에서 “일회성 이벤트 행사에 재정을 쏟느니, 교육 및 공공시설 확충에 쓰는 것이 낫다”는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유치 반대가 한 때 60%를 넘기도 했다. 평창은 반대율이 5%에 그쳤다는 외지의 보도도 있었으나 이는 “시민들이 대회 유치에 따른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제행사를 유치하면 외국 관광객이 늘어 수익도 증대하리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분석이다. 대구광역시는 2001년 30만명에 달했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2년 월드컵 경기와 2003년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한 이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의 경우 2005년 제1회 대회 사업계획서에서 외국인관람객 4만명 유치를 예상했으나 실제는 5천9백44명에 그쳤다.

일부 언론은 국제행사 유치가 가져올 문제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5월2일자에 동아대 정희준 교수(스포츠과학부)와 박남규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 사무총장의 대담을 실어 사업타당성과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검토했다. 이 기사에서 정 교수는 “지난해 일본에서 만난 교수와 스포츠마케팅 담당자에게 동계올림픽 개최가 나가노 주민들에게 잘된 일이냐고 묻자 둘 다 “No”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21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배정근 논설위원의 칼럼 ‘국제스포츠 유치는 좋지만’도 국제행사 유치에 올인하는 보도 사이에서 색다른 지적을 했다. 배 위원은 이 글에 “국제대회 유치가 무조건 좋은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유치열기에 파묻혀 냉정한 손익분석에는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문제점을 다룬 4월11일 문화연대 주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바라보는 3개의 다른 목소리’ 토론회는 한겨레 등 소수 언론을 제외하고는 외면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수 엑스포 유치도 오는 12월에 결정되는 등 앞으로도 지자체의 국제행사 유치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이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지자체장과 지역 개발업자들의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연합에 언론이 쉽게 동조세력으로 동참해 버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은 실상을 전혀 모르고 일방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언론이 지자체의 홍보기관이 아닌 만큼, 국제행사를 유치할 경우 득과 실에 대한 최소한의 균형잡힌 보도가 아쉽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