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위원들의 선임과정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9일 강동순 방송위원 사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주최로 방송회관 3층 회의장에서 열린 ‘강동순 사태를 통해 본 3기 방송위원회 1년’ 토론회에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방송위원들을 선임하는 과정의 정파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는 “공익적 방송산업구조와 방송문화를 확고히 세우는데 실패하고 유료화, 사유화에 치중한 나머지 방송은 민주주의와 국민 권력에 충실히 봉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현 방송계 상황을 “국내외 기업이 방송 산업의 주도권 다툼을 하면서 수용자 주체성과 방송의 독립성은 위축되고 돈벌이 수단, 정치적, 이념적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위원회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며, 방송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방송위원과 사무처로 이뤄진 방송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방송위원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선임 방식과 책임성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07년 1월부터 BBC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자리 잡은 BBC 감독위원회를 예로 들어 12명의 위원들의 선임 조건을 방송위원회에 적용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BBC 감독위원회 위원은 독립 기구인 공직인사처가 선임 과정을 통솔하는데 △사리사욕금지 △청렴성 △객관성 △책임성 △공개성 △정직성 △통솔력 등 7개의 놀란 원칙(Nolan Principles)을 적용받는다.
김 교수는 방송위원 선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추천자는 반드시 추천사유를 밝힐 것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인에 대해 추천 기준과 사유를 제시할 것 등을 주문했다.
또 방송위원들의 책임제도가 미약하다며 △방송위원을 비롯한 직계 가족의 재산신고 의무 △독립된 윤리위원회 설치 △정책 결정의 전면 공개 △방송법에 위원 처벌 규정 신설 △문광위에 방송위원에 대한 청문권 및 해임안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동순 녹취록 파문 90일간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윤익한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정책 팀장은 강동순 방송위원이 버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열린우리당 진상조사 특위가 유명무실하며 한나라당이 ‘강동순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동순 사태’에 대해 언론사들이 외면한 것과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 내부의 지지부진도 한 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 팀장은 강동순 위원의 녹취록 파문의 해결방안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통한 사퇴 종용이라는 뉴스화와 ‘방송위원의 정치적 독립을 요구한 방송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방법을 제시했다.
3기 방송위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토론에 나선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센터연구소 소장은 “민주화의 결과로 얻어낸 방송위가 방송의 왜곡과 후퇴를 가져온 결정적 장치가 됐다”며 “방송위원 구성의 정파성이 가장 직접적 요인으로 내부적으로 민주적 절차가 없고 외부적으로는 자신을 추천한 정당과 끊임없이 연통할 수밖에 없는 방송위원들은 사회적 이익을 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전 소장은 “지금까지 방송위원들에 대해서는 인물론에 너무 집중했었다”며 “지금은 언론․시민단체와 언론학계 등이 총 망라해 새로운 평의회를 구성해 제도개선을 포함한 정책적 논의, 방송위원회와 공영방송인 KBS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지금 수준보다 면밀히 진행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PD연합회 김환균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독립된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송위가 굉장히 매력적인 것으로 상정했었고, 제대로 기능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것은 신화였다”며 “독립된 합의제를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것까지도 포함해 근본적으로 논의를 하되 방송위를 포괄적으로 규제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현재는 방송위원으로 선임되면 사후에 문제가 터져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문제점을 계속 유지한 채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차기 위원이 구성될 때 방송위원들에 대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내부 문제로 ‘강동순 위원 사태’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다는 비판을 받은 언론노조 이준안 위원장은 “방송위원회가 방송개혁의 산물이며 개혁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개혁의 대상 혹은 비판의 대상으로 비치는 것이 착잡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방송위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목적이 명확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3기 방송위원들의 전문성이나 각 분야의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임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방송위원회 한성만 노조위원장은 “방송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현재 많은 법적인 제재 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그 조치들이 교각살우(작은 일에 힘쓰다 큰일을 그르친다)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며 “방송위는 방송의 공공영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방송위원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면 전체 위원 전체를 물갈이할 시점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