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의 대화’가 열렸다. 이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관련된 다양한 주장과 사실을 밝혔다. 본보는 대통령의 주장 가운데 정책기사의 품질, 출입기자제, 사무실 무단출입 문제 등 이미 다뤘던 부분은 생략하고, 몇가지 사실관계와 논리에 대한 점검을 하면서 이 시리즈를 가름한다.
1.“외교부가 사무실의 무단출입을 막았다가 일체 외교부의 발표라든지 이런 것들이 하나도 기사화되지 않는, 한 20일 간의 그런 봉쇄를 당했다가 외교부가 한 발 물러섰던 일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11월 외교통상부에서 벌어졌던 일을 예로 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관계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당시 문제의 발단은 한 일간지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고위 공무원의 전화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듣고 기사를 쓴 것이었다. 정부는 관련기사가 나가자 보안감사를 실시, 출처를 확인했다. 이후 외교부는 기자들의 출입증으로는 사무실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기자들은 이를 취재 통제라며 항의했다. 성명도 발표했다. 반기문 장관의 정례 브리핑도 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출입했던 기자들은 “장관 브리핑을 거부했지만 필요한 기사는 계속 썼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일부 기자들은 다른 출입기자들과 별개로 브리핑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는 외교부가 송고실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사무실에 출입가능한 출입증을 몇 개 맡겨놓고 기자들이 필요할 때 나눠주는 식으로 대안을 내놓으면서 해결을 봤다. 직원에게 출입증을 받으려면 공무원과 사전 약속이 필수적이므로 외교부의 보안점검 취지에도 맞고 기자들에게도 명분을 주는 타협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들은 기자와 외교부 모두 ‘윈-윈’으로 해결했던 일로 기억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예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무단출입이) 많이 없어졌는데 그때의 향수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고…지난번에 재경부 세재개편안 같은 것이 전혀 정책으로 확정도 안된 것이 어떻게든지 일방적으로 기사 가져갔다는 그런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한 재경부 출입기자는 올해 상반기 모 일간지에 보도된 근로자 소득세 과표 관련 기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 다른 출입기자는 2006년 초 조세개편안 초안이 모 일간지에 보도된 일을 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OECD 한국경제 초안 보고서를 보도했던 기사를 예로 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뒤의 두 가지 사례는 언론 보도 후 실제 추진에 혼선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책으로 최종 확정되지 않은 초안이라고 해서 보도해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의견이 달랐다. 한 중앙일간지의 중견 기자는 “정책 확정 단계에서의 보도는 사실 사후 약방문의 성격이 있다”며 “초안이 아니라 기안이라도 필요하다면 개입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선 기자들은 “개인이 사적으로 작성한 것도 아니고 국가정책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문서라면 필요할 경우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조선일보의 사설 예를 들며) 제가 소위 언론 개혁 조치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이렇게 많아진 거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예를 들며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시절과 비교해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기사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언론개혁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없으나 대통령 관련 기사와 사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조선과 동아 뿐이 아닐 것이라는 게 기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일선 기자들은 많고 적은 문제보다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느냐 따져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스스로 논쟁을 만들어가며 중심에 서왔다. 최근만 봐도 대연정, 개헌론, 한미FTA, 기사송고실 통폐합,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헌법소원 등등 우리 사회 중심 이슈의 주인공은 항상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논쟁을 주도했으며 언론에 대해서는 정제되지 않는 직설적 표현으로 ‘건전한 긴장관계’보다는 ‘적대적 대립관계’를 형성했다”며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고, 논평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한 일간지의 편집국 간부는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피해자라는 생각에 빠져있다”며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대통령과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 기사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해외 기사실 사례에도 소개했던 영국 언론도 최근 ‘한번 푸들은 영원한 푸들’이라고 블레어 총리를 비판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