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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취재 정말 힘드네"

정부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미묘한 긴장감

장우성 기자  2007.06.27 15: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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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에 말해줘야 하나” 당당히 거부도

“내가 아는 걸 왜 언론에게 얘기해줘야 하죠?”
정부제1청사에 있는 모 부처를 출입하는 A 기자는 최근 한 공무원을 전화 취재하려다가 낭패를 봤다. 그다지 민감한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대답을 당당하게 회피하고 나서니 정말 난감했다. A 기자는 “요즘 공무원들을 취재하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제일 많은 것 같다”며 “공무원 사회에서 기자들의 취재를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정부와 언론계의 대립이 깊어지면서 취재 현장에서는 “공무원 취재가 안된다”고 토로하는 기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 부처에 출입하고 있는 한 중견 기자는 “일부 공무원들은 기자들을 적대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부가 대통령은 물론 국정브리핑,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언론을 공격하면서 공무원들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향은 하위직으로 갈수록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 부처 기자회견장에서도 기자와 공무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기자회견 시간에 앞서 포토라인이 아직 그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이 회견장에 미리 도착,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본 공무원들이 기자들을 제지하면서 “왜 ‘무단침입’하느냐”고 항의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출입처의 한 기자는 “하루 이틀 취재하는 것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카메라를 포토라인밖에 설치하는데 공무원들이 과민하게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일선 기자는 “정부와 언론계의 갈등이 깊어지니 기자들도, 공무원들도 서로 대하기가 껄끄러워지고 조그만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긴장감이 팽팽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로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제2정부종합청사에 있는 한 부처를 출입하는 B 기자는 “공무원들에게 전화하면 ‘요즘 분위기 알지 않느냐’며 아예 입을 닫는다”고 전했다. 평소 안면이 있는 공무원들도 “미안하다”며 대답을 피한다고 한다. 그는 “아는 사람들까지 그러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제2정부종합청사의 한 부처를 출입하는 또 다른 기자는 얼마 전 해당 부처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 명기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다. 자리에 없다고 해 핸드폰 번호를 묻자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기자들에게는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며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기자들과 공무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제대로 된 정책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원활한 토론 속에서 정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정확한 기사가 나올 수 있는데 요즘 분위기는 서로 접촉을 피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출입기자는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안이나 보완책을 내놓든 최고책임자의 정책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취지가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면 공무원들은 위축되고 알아서 취재를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