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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조종옥 기자 (사진제공=KBS) |
긴 신호음 울린 뒤에도 그의 목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다.
단지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라는 일상적인 기계음만이 수화기를 타고 되돌아 올 뿐이었다.
대선의 해, 정당을 출입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이번 휴가는 모처럼 맞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자 가장으로서의 올 해 마지막 봉사였을 지도 모른다.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선후배 간 갈등이 생기면 언제든 앞장서 해결했다는 조종옥 기자.
기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고개를 세우기보다는 자신을 낮췄다는 쌍둥이 아빠.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찾아가 본 그의 블로그에는 “이제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있다”는 그의 글귀처럼 다섯 식구의 단란한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었다.
글을 읽고 쓰는 데 남다른 재주를 지녔다는 주위 평가처럼 정부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과 양서에 대한 수려한 서평이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얘기처럼 부서 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와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비행기가 흔들렸을 때 또 가라앉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장으로서 또 기자로서 짧은 순간 참으로 많은 것들이 흩날렸을테지.
조 기자는 두려웠을망정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품엔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는 큰아들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을 테고, 가슴엔 두배의 기쁨을 주었던 쌍둥이 막내가 안겨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사고 소식에 KBS는 침통하다.
그가 차지했던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공허함과 그로 인한 슬픔이 가득하다.
그는 말했다. “행복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마음속에서 생겨난다고, 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라고.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이 울어대는 쌍둥이들과 씨름하며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들다가도 한 번 살짝 웃어주는 아이의 얼굴에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는 조 기자.
잠든 아이의 모습에서 금세 무한한 감동 같은 것을 느끼면서 행복의 정의를 찾았다는 그 사람.
그의 따뜻하고 깊은 목소리가 다시금 우리 마음속을 타고 흐를 그 날을 조 기자를 아는 모든 이들이 고대하고 있다.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