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영진이 삼성 기사를 무단 삭제하면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가 17일 1년을 맞았다.
노조는 지난해 12월26일 3개월에 걸쳐 14차례 이상 진행돼온 노사협상이 최종 결렬됐음을 알리고 2주 뒤인 올해 1월11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6개월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나서 지지와 호소를 보냈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노조는 급기야 18일부터 집행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돌파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시사저널 사태의 지난 1년은 ‘기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편집권 쟁취를 위해 기자들이 혼을 바친 기간이었다.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오마이뉴스, 한겨레21 등은 시사저널 기자들을 지지하는 성명, 논평, 기사를 써 금창태 사장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당했었다. 그러나 기자협회, 민언련, 언론노조 등 언론계 유관단체들은 꾸준히 성명과 현장방문을 통해 시사저널 노조를 지지했다.
세계기자연맹(IFJ)은 자본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시사저널 기자들의 언론 자유 투쟁을 지지한다며 지난 2월21일 성명을 냈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정청래)’를 꾸리는 등 힘을 보탰다.
또 지난 2월6일 방송된 MBC ‘PD수첩-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는 시사저널 사태를 집중조명해 국민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까지 입장 표명을 미뤄왔던 금창태 사장도 PD수첩 방송에 앞서 긴급기자회견을 개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던 중 금창태 사장은 3월 초.중순 경 직접 나서 노사 간 비공개 협상을 제안해왔다. 전격 사태해결도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사측은 한발 물러서서 노조 측에 3월 말까지 기자회견, 외부 기고 등을 금지하고 당분간 사태확산을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노조원 일부에서는 협상 재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나왔다. 파업 직후 극적으로 재개한 한 달 여의 협상이 소득 없이 결렬됐고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1월 말 사측이 노조 집행부 전원을 형사고발하는 등 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양보하는 쪽을 택했다. 당시 집행부는 사측 협상대상자인 박경환 전무를 만나 비공개 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양측은 편집권 보장(편집인 발행인 분리), 징계자 전원 복직 등에서 의견차를 보이며 또다시 결렬됐다.
노조 집행부(위원장 안철흥)는 지난 4월4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 사퇴했다. 5일 긴급 꾸려진 2기 집행부(위원장 정희상)는 4월 한 달을 ‘총력 투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1인 시위, 집회 등을 진행했으나 노조 안팎에서는 이미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5월 초 심상기 회장이 직접 나서 협상을 제안하고 대화테이블을 만들었지만 3차례의 협상과 최종안이 오가는 과정에도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파업기자 23명 전원은 5월말 사표를 작성해 집행부에 위임했다. 시사저널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중단하고 기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동시에 신매체 창간 작업의 전조단계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달 30일 한겨레21 고경태 전 편집장이 금창태 사장이 제기한 명예훼손이 이유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노조는 금 사장이 줄 소송을 제기했던 언론단체장 및 해당인사들과 무고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태 1년을 맞은 18일 사측이 단독적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대상자가 중앙일보 출신 인사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 사옥 앞, 태평로 삼성 본관, 심상기 회장 자택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 정희상 위원장은 “매각문제, 우리 사태에 대한 입장, 태도 등 그동안 협상을 통해 우리는 사측 협상 대상자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모든 문제는 심 회장과 논의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심 회장 집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 한 관계자는 19일 “노조가 금창태 사장의 퇴진은 노조에서 요구할 사안도 아니고 협상의 대상도 될 수 없다”며 “금 사장 거취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해결책을 모색해보자고 하면 회사도 양보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 사태는 심상기 회장이 전격 협상에 나서거나, 노조가 신매체 창간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