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방안’ 논란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 개정이 일선 기자들의 취재환경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신청해서 공개까지 줄잡아 20일까지 걸리는 정보공개법에 따를 경우 특히 시의성과 속보성이 중요한 대다수 일간지·방송·통신 기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는 10일 이내 요청 수용 여부 결정을 한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10일을 연장할 수 있다. 공개하기로 할 경우 결정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하기로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7일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우리 정부의 정보공개 시한이 다른 선진국보다도 빠르다”고 주장한 바 있어 물리적으로 더 단축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앙 방송사의 기자는 “10일이나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정보로는 시의성있는 보도가 불가능하다”며 “법 개정이 된다 해도 기자들이 유용하게 쓸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에 출입하고 있는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 정보로 쓸 수 있는 기사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정보공개법 개정이 취재에 큰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기사 작성의 기본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기사송고실 통폐합의 선결조건으로 정보공개법 개정이 부각되는 것도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보공개법 개정은 국민의 알권리 확충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일선 기자들의 취재환경에서 핵심적인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공무원에 대한 자유로운 취재를 막고, 공보실 경유를 내세워 취재의 흐름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기회에 일일뉴스 생산 위주의 뉴스룸을 개혁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발생 사건 보도 위주의 출입처 기자들에게 정보공개법이 큰 이득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언론사들도 좀 더 긴 호흡의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조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겨레 노동조합 안수찬 진보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기존의 속보 위주 뉴스생산 방식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권력에 대한 깊이있는 비판적 감시가 이뤄지려면 뉴스룸과 취재 관행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도 지난달 22일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정보공개법은 장기 취재·기획취재에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전체 보도에서 기획·탐사보도의 비중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나 매일 발생하는 주요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중앙선데이 이규연 에디터(탐사보도언론인회 회장)는 “연구논문이 아닌 이상 신문 지면을 탐사보도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며 “탐사보도는 특수한 부분이며 일반적인 것은 그날그날 현안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장기 취재가 가능한 월간지 소속이나 기획·탐사보도를 주로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이런 분야의 취재를 하는 데도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현행법상으로는 정보공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제공된 내용이 불량할 경우 대응할 방법이 별로 없다.
결정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발행한 ‘2005년도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비공개 및 부분공개된 정보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1천3백15건이었으나 인용된 경우는 3백83건(29%)에 그쳤다.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가 제재를 받은 공무원도 없다. 행정소송이 가능하나 대법원 판결까지는 보통 3~5년 정도가 걸린다.
비공개 사유가 포괄적이고 공무원이 결정한다는 것도 문제다. 정보공개제도가 발달한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는 공무원의 자의적인 결정을 막기 위해 비공개 대상 정보를 일일이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에서는 개괄적으로 정해놓고 구체적인 결정은 자료를 보유한 해당 기관의 장이나 공공기관의 장이 임명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내린다.
정보공개법과 함께 내부고발자보호도 같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내부고발자 보호는 부패방지법 2005년 개정 이후 공공부문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는 많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단장 김창준 변호사는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사권을 주는 등 권한을 강화하고, 해당 기관이 내부고발자에 불이익을 줬을 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