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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언론인과의 대화' 참가하기까지

"先정부안 중단, 後토론회" 일관 주장

장우성 기자  2007.06.20 1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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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측 관계자 “기협 입장 원칙적 수용”
청와대 일방 발표에 ‘들러리’ 우려, 연기 요구
정 회장 “약속 깰만한 사안 아니다” 참가 결정


17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대화’에 정일용 기자협회 회장이 참석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처음 토론회가 제기되고, 최종적으로 정일용 회장이 참석하기까지 전 과정을 정리해본다.

언론계와 대통령의 토론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 제기됐다. 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은 일부 언론이 토론 수용 의사를 묻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0일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통일부는 남북장관급 회담을 취재하던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프레스센터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회담 프레스센터의 운영을 빗대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 방안’(이하 ‘방안’)을 비판한 중앙일보의 기사를 이유로 내세웠다.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을 전면 금지했다. 앞으로 모든 대면 취재는 공보실의 허가를 받고 인터뷰룸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기자협회는 다음날 성명을 통해 “정부 부처에서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대통령과 토론을 한다한들 무슨 좋은 결과가 나오겠는가”고 토론회에 회의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기자협회는 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토론회에 대한 입장을 확정했다. 정부가 사실상 추진 중인 ‘방안’을 전면 보류하기 전에는 토론회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밖에 △언론사와 기자들의 의견 수렴 및 취재현장에 대한 정확한 파악 △대국민토론에 앞서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와의 허심탄회한 간담회 개최를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7일에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방안의 철회를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부는 기자협회의 입장에 대해 12일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8일 한국언론재단이 계획을 공개하면서 언론계와 대통령의 토론회 개최가 기정사실처럼 떠올랐다.

언론재단은 “정부와 언론계의 격론을 지켜보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개최를 고려하던 중 노 대통령의 토론수용 의사를 접하고 지난달 31일 청와대에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언론계 패널은 정일용 기자협회장을 비롯해 10명 이내로 구성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다.

청와대와 언론재단은 6월 들어 토론회 개최를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협회는 “이 과정에 어떠한 형태로도 참여한 바 없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의 발표 이후 기자협회는 재단 측에 사실관계를 묻고, 정부가 기자들의 요구사항에 아무런 답변이 없고 ‘방안’을 강행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토론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기자협회는 9일, 당초 밝혔던 ‘선(先) 정부방안 중단 후(後) 토론회 개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1일에는 언론재단 명의의 ‘토론회 참가 요청’이라는 공문이 기자협회에 접수됐다. 14일 저녁으로 예정된 토론회에 정일용 회장이 토론자로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기자협회는 계속 불참할 뜻을 밝혔다. 다른 패널 예정자들도 난색을 나타냈다. 이에 언론재단은 일선 기자들을 상대로 토론회 참가를 섭외하기도 했으나 역시 난항을 거듭했다.

같은 날 오전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기협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정일용 회장 면담을 요청, 토론회 참가를 설득했다. 이에 기협 측은 “정부 방안의 중단없이 토론회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했다.

정일용 회장과 부회장단, 서울지역 지회장단, 이보경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12일 회의를 통해 토론회 거부 의사를 다시한번 다짐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언론재단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언론 대토론회는 정부의 방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선전수단으로 보고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며 정부 방안의 전면 보류를 다시 요구했다. 토론회는 당분간 성사가 어려울 듯이 보였다.

13일 오전, 청와대 쪽이 긴급히 요청해 언론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만났다. 언론계에서는 정일용 회장, 인터넷신문협회 오연호 회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준안 위원장,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김환균 회장이 참가했다. 정부 측에서는 청와대 양정철 비서관, 김종민 비서관, 국정홍보처 안영배 차장이 나왔다. 정부 측은 기자협회의 입장에 대해 답변하면서 기자협회 등과의 TF, 공동조사단 구성, 정보공개법 개정 등을 협의했다. 보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언론계와 논의 중에는 정부 방안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도 일단 공감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참석한 언론단체 대표들은 17일 토론회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정일용 회장도 “우리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이날 서울지역 지회장단, 특별위원회 위원 등 46명에게 정부의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해 긴급히 찬반 여부를 물었다. 결과는 시한으로 정한 오후 6시까지 연락이 닿은 27명 가운데 찬성 17, 반대 6, 유보 4명으로 집계됐다.

정일용 회장은 14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선언 7주년 기념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다. 정 회장은 김경호 수석 부회장과 이보경 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토론회 관련 권한을 위임했다.

이날부터는 기자협회는 협회 몫으로 추가배정된 2명의 패널 섭외에 들어갔다. 섭외는 쉽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는 회사 차원에서 토론회 참석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토론회 참석 패널은 중앙 방송사 데스크급 기자 2명, 중앙일간지 일선 기자 1명 등으로 압축됐다.

회원들 일부는 토론회 참석에 계속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급기야 15일 오후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토론회 실무협의는 그날 오후 7시에 열리기로 잡혀있었다. 언론재단도 청와대의 발표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발표가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토론회가 대통령의 일방적인 설명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강해졌다. 부회장단은 서둘러 부회장, 서울지역 지회장,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김경호 당시 수석 부회장은 “언론재단 주최의 토론회를 청와대가 확정 발표한데다가 기자협회는 완전히 배제된 채 보도를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며 “이는 심각한 상황 변화이며, 참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보고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은 “기자협회와 협의없이 토론회의 룰이 일방적으로 정해졌는데 여기에 응해야 하느냐” “연기를 요구하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평양에 간 정일용 회장과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연기 요구 안을 다시 표결에 부쳤다. 부회장, 시도협회장, 서울지역 지회장 등 6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6명이 연기 요구에 찬성했다. 기자협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성명을 다시 발표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대통령의 일방적 설명을 듣는 기자회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토론회 연기를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15일 실무협의에 일단 참석해 논의 상황을 듣고, 연기 요구 입장도 전달했다.

다음날 오전, 이보경 특위 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2차 실무회의가 소집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정 회장이 출국하면서 ‘토론 준비가 잘 협의되도록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실무회의에 참석했다”며 “갑자기 연락을 받고 급히 가는 과정에서 김경호 수석 부회장, 특위 위원 및 기자협회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서는 세션 및 참석자 조정 등이 이뤄졌다.

이후 일부 언론에는 “토론회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토요일 협의 과정을 몰랐던 기자협회 측은 “연기 요구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17일 거듭 밝혔다.

정일용 회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 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경호 수석 부회장, 이보경 특위 위원장, 기자협회 직원 등은 마중을 나가 그 자리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김 수석 부회장은 연기 요구를 하기까지의 상황을 밝혔다. 정 회장은 설명을 듣고 “정부와의 약속을 뒤집을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토론회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부회장은 “토론회에 참석하면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협회는 토론회에 참가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