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서울신문 이창구 기자 |
|
| |
지난해 11월 어느날. 대학 후배가 우메다 모치오가 쓴 ‘웹 진화론’이라는 책을 건넸다. 체질적으로 인터넷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온 터라 탐탁지 않았으나 후배의 성의가 가상해 출퇴근 전철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고, 오프의 틀에 갇혔던 내 의식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잇따라 3번을 읽고 난 뒤 문득 떠오른 질문은 “한국의 검색엔진들은 과연 ‘웹 2.0’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가”였다. “혹시 내가 포털이라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의 말단 종업원은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2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포털들이 어떻게 언론사의 기사를 재가공해 누리꾼을 유혹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포털 ‘뉴스박스’를 캡쳐해 원래 기사와 비교하는 단순한 작업을 보름간 진행했다.
포털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요청에 이현세와 같은 유명 만화가들이 앞다퉈 좌담회를 자청했다. 유력 대선후보 주자들은 포털에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썼다. 포털에 납품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하소연도 물밀듯이 몰려 왔다.
아쉬운 점도 많다. 포털의 횡포를 고발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우리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게 된 인터넷이 과연 바른 방향으로 진화되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정부 대책이라는 게 대부분 ‘포털 때려잡기’식이다.
여기저기서 포털을 욕하니까 ‘면피성 대책’을 남발하는 것은 아닐까? 포털이 재벌의 구습을 빼 닮을 때까지 방치하거나 혹은 후원한 것은 정부였다.
설익고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규제보다 인터넷 정신이 무엇인지, 우리 포털은 그 정신과 얼마나 다르게 퇴화됐는지를 공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