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신뢰도 상실이 정부의 취재제한에 반대하는 정당한 요구마저도 쉽게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6월항쟁의 정신을 언론이 계승하기 위해서도 신뢰도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재단,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 ‘6·10항쟁 20주년, 언론의 반성과 역할’ 발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창룡 교수는 발제 ‘6·10항쟁의 정신과 한국언론의 오늘과 내일’에서 “기자들의 공짜 골프, 술자리 향응 등 비윤리적인 대외활동이 한국언론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다”며 “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 등 취재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정당한 요구조차도 국민들의 동의를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국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언론인을 위한 윤리강령, 보도강령 준수를 고용의 전제조건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87년 6월항쟁과 언론민주화, 그리고 20년’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발표한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김은규 위원은 현재 한국사회구조를 결정짓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논쟁인 ‘87년체제론’과 ‘97년체제론’을 한국언론의 현실을 해석하는 잣대로 제시했다.
김은규 위원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언론민주화는 언론 스스로 얻어냈다기보다는 타율적으로 주어진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언론을 지배하는 주요세력은 국가에서 자본으로 이동했으며 언론은 권력화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97년 IMF 체제 이후 언론도 경영악화에 직면하면서 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자본의 언론개입확대, 언론의 권력화는 한국언론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과)는 “6월항쟁 이후 지나치게 정치적 민주화에 집중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소홀히 한 나머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읽어내지 못했다”며 “1997년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전면화 이후 언론계의 문제도 이런 사회경제적 모순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바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언론매체와 잠재적 매체 사이에서 공익적 언론이 실질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가, 언론 내부 개혁을 위해 기자들이 나름대로 힘겹게 노력하고 있지만 다수 기자들 행태는 어떤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백미숙 교수(언론정보학과)는 “1987년 이후 언론개혁진영이 담론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며 “윤리강령 등 기존 언론민주화의 내용은 영미권의 자유주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우리가 과연 어떤 정치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손석춘 원장은 한국언론의 문제를 자본의 개입에서만 찾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언론사 노조 운동, 새로운 신문 창간운동, 시민언론운동, 언론학술운동 등 네가지 부문이 지난 20년간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산대 이진로 교수(매스컴학부)는 “1987년 언론에게 자유를 안겨준 시민들이 1997년 이후 언론에 원하는 것은 정보와 지식”이라며 “언론과 시민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화두”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