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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홍보수석, 당신도 기자였다

정호윤 기자  2007.06.06 13: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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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스펠트 전 미 국방장관이 재직시절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 빠짐없이 기자실에 나타나 브리핑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은 언론계에서 종종 회자된다.

그의 화법은 더없이 솔직했다. 때문에 국방부 기자들은 그가 “모른다”고 할 땐 정말 모르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내용은 현 청와대 윤승용 홍보수석이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 재직시절인 2002년 쓴 ‘특파원 저널’기사의 일부다.

당시 윤 특파원은 기사 말미에 “럼스펠트의 이 같은 자세는 공직자와 기자들간의 신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썼다.

5년 뒤 홍보수석에 오른 그는 어떤 공직자가 돼 있을까. 기자들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일까.

며칠 전 모 방송사 토론방송에서 윤 수석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설립 배경 중 하나로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침입을 들었다.


한 패널이 참여정부 이후 무단침입 사례를 묻자 그는 ‘계룡대 유흥주점 실태’를 고발한 한 방송기자의 예를 꺼냈다.

그는 군의 심장부에 단란주점을 차리고 여성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한 것에 대해 단지 무단침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기자가 윤리강령을 어기고 신분을 속이며 몰래 촬영했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공익적 목적의 취재였고 다른 법적 처벌이 없지 않았냐는 패널의 반박에 당황한 듯 “어쨌든 (기자가) 입건된 상태라는 말씀을 드리고요...”라며 서둘러 말을 돌렸다.

공익 목적의 고발보도를 위한 전제조건과 취재의 어려움을 ‘기자밥’을 먹을 만큼 먹은 그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그의 이력(정치부장, 사회부장, 워싱턴특파원)을 볼 때 윤 수석의 기자생활은 ‘정도’를 걸었을 거라 생각되고 지인들 또한 비슷한 견해를 내고 있다.

그는 언론통폐합 관련 비밀문서를 단독입수 보도해 제29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고 백상기자대상, 서울언론인상을 받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당시 윤 기자 앞에 주어진 취재환경이 지금 정부안처럼 공무원과의 만남의 통로를 막아놓았다 하면, 또 기자들이 정부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는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면 그가 기자로서 그런 명예를 쌓을 수 있었을까.

특파원 시절 그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추문 등으로 많은 기사거리를 제공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한국일보 2000.5.1일자)

만일 윤 수석이 참여정부 수장에게 클린턴과 유사한 길을 걷게 끔 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장 그 생각을 접길 바란다. 지금 언론계는 그런 여유로움을 허용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