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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5일 세종로 정부청사 10층에 위치한 국무총리실 기사송고실을 찾아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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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이 4일과 5일 양일동안 기사송고실 축소·통폐합과 관련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정 회장은 첫날 과천 종합청사에 위치한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등의 기사송고실을 방문한데 이어 5일에는 청와대 춘추관, 교육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서울경찰청 기사송고실을 잇달아 찾아 최근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기사송고실 축소·통폐합과 관련한 의견청취와 함께 기자협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많은 기자들은 기사송고실 축소·통폐합보다는 참여정부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산업자원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은 송고실과 브리핑룸을 축소하는 것보다 참여정부의 언론관을 가장 큰 문제로 본다”며 “‘죽치고 앉아서’라는 등의 언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통제를 정당화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림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정부는 마치 기사송고실에서 병폐가 이뤄지고 있으며 담합을 통한 가공기사를 생산하는 식으로 송고실 폐지·통폐합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무실 출입을 자제하면서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숨겨진 이면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사무실 ‘무단출입’이 기사송고실 통폐합의 이유 중 하나라는 정부 측 설명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지금도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아 만나고 있다”며 “정부가 ‘무단출입’이라는 말로 기자들을 상식이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기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정보공개법 개선과 전자브리핑 제도에 대한 불신도 나타냈다.
환경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현재 정보공개법의 문제는 법의 미비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업무가 공개됐을 경우 피해를 입는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보공개법을 개선하고 전자브리핑 제도를 한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정보공개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기사송고실을 통합한다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며 “거점이 없어지는 것 자체에 대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최근 우리 기사송고실에서 이미 없어진 도박이야기가 청와대 정보보고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청와대에 잘못된 정보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자 사회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번 방안의 부작용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 경찰청(시경)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포스트인 경찰기자들은 민감한 사건이 미리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경찰을 감시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다”며 “포스트를 없애 버리면 경찰과 기자 모두 부작용을 겪게 되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연결된다. 이를 청와대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은 기자협회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자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총리실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정부가 해외사례라고 발표한 자료들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며 “기자협회만 한다면 일방적이라는 말이 또 나올 것이니 정부와 함께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 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은 ‘헌법소원’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기자협회 40대 집행부는 ‘기자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방침으로 탄생했으며 이번 송고실 문제도 그와 연결된다”며 “참여정부는 마치 기자들이 부패의 표본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부터 네티즌까지 ‘기자실’이라는 단어를 과거의 권언유착의 전형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현재는 기자실이 없는 이상 기자들도 ‘송고실’이라고 칭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