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London
취재 위한 요청엔 반드시 기회 주고 답변도 상세
김종진 KBS 국제팀 차장(2002∼2005 런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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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진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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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부부처에는 기자실이나 기자단이 없다. 경찰청이나 일선 경찰서에도 기자를 위한 별도 공간이 없다. 의회에는 80~90명이 상주하는 기자실 형태의 ‘프레스 갤러리’(Press Gallery)를 둔다.
그러나 KBS 김종진 차장(국제팀)은 “기자실의 형태만 갖고 영국과 우리나라의 취재 시스템을 비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영국에서는 기자실이나 출입처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언로’(言路)가 틔어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수십년간 권위주의적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폐쇄성이 강해진 우리나라 정부의 기본 속성과는 크게 다르다. 민주 정부가 들어섰다 해도 극복하기 힘들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저는 국내 기자도 아닌 특파원에, 강대국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있는 당국자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종진 차장은 3년 동안의 런던특파원 기간 동안 언론의 정보공개 요청에 적극적인 영국 공직사회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취재를 위해 요청하면 반드시 기회를 줬다. 빠짐없이 상세한 답변이 돌아왔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총리의 월례기자회견은 자유분방한 토론이었다. 총리를 비롯해 장관, 의원들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과 신랄하게 주고받는 토론이 익숙했다. 이렇게 ‘열린’ 국가와 우리의 취재 시스템이 같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보의 흐름이 우리와 견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정착된 공영성 중심의 미디어 시스템도 큰 차이점이다. 상업주의적 미디어가 우세한 미국과는 비교된다. 언론사 간의 취재경쟁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하다. 기자실이나 기자단을 두면서 경쟁사끼리 최소한의 룰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영국의 기자들은 전문성이 강해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도 좋은 기사를 쓴다. 정부 관료보다도 정보가 많은 전문기자들이 즐비하다. 김 차장은 “정부가 기사송고실을 없앤다고 기자들의 전문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긴 시간을 두고 가야할 길”라고 일갈했다. 영국의 기자는 ‘리포터’(Repoter)와 ‘코러스폰던트’(Correspondent)로 나뉜다. 리포터로서 최소한 10년 이상 갈고 닦아야 비로소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코러스폰던트’라는 직함을 얻는다. 이 시점이 되면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봉의 격차가 생긴다. 선진국에서는 그만한 대우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기자들이 양성된다. 우리나라에 그 정도 여유를 가진 언론사가 얼마나 될는지는 정부가 오히려 잘 알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 강제적으로 추진한다고 선진화가 되는 게 아닙니다. 언론환경의 선진화는 우리 미디어산업 내부의 문제, 문화의 문제입니다. 폭넓은 동의와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에 기초해 기자들 스스로 바꿔나가야죠.”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