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브리핑룸, 기사송고실이 너무 많다.” “선진국에서는 기자들이 공무원을 마음대로 만날 수 없다.” 정부는 취재지원선진화시스템의 근거로 항상 선진국의 예를 든다. 언론들은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선진국의 상황은 어떤지 현장을 체험한 전·현직 특파원을 통해 알아본다.
미국 Washington
언론 물음엔 어떤 형태로든 답변하는 것 공직자 소명으로 받아들여
최명길 MBC 정치·국제 선임기자(2003∼2006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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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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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언론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공직자들은 언론의 물음에 대해 어떤 형태든지 답변을 해야하는 것을 공무원의 소명의식으로 받아들입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여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MBC 최명길 정치·국제 선임기자는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언론의 기능에 대한 철학적 사고가 결여된 포퓰리즘적(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최 선임기자는 “정부의 방안은 선진화라는 그럴 듯한 용어를 선점해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모토였던 ‘선진 조국’의 ‘선진’과 다를 바 없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최 선임기자는 1980년대 말부터 청와대 국회 외교부 등을 출입하며 해외 40여개국에서 취재활동을 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방안은 전 세계에도 유래 없는 언론정책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회, 백악관, 국무, 국방, 상무, 환경, 노동, 교육, FRB 등 주요 부처 어디를 가도 브리핑룸이 있다”면서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브리핑룸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미 의회엔 7개의 기사송고실이 있고, 등록인원만 2천명이 넘는다. 또 국내 언론계에선 90년대 초 사실상 없어진 ‘기자단’이 ‘Press corps’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며 간사인‘Committe’가 있어 엠바고 등 운영과 규율을 정하고 있다. 백악관과 재무부 농무부 법무부 등 주요부처 대부분이 이와 유사한 브리핑룸을 운영중이다.
그는 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배경으로 출입처 기자들의 무분별한 기관장 방문을 들은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폈다.
최 선임기자에 따르면 그가 정부 부처를 출입하던 1980년대 말에도 기관장을 만나기 위해선 회의시간을 피해 선약을 하고 갔던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는 것이다.
최 선임기자는 “대형 언론사 기자단이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브리핑룸을 운영한다면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정부 발표이후 일부 유력 언론사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일본엔 외무성 출입기자단 중 10여개 유력 언론사 기자들의 참여한 기사송고실 ‘가쓰미클럽’이 운영되고 있으며 주요 브리핑이나 사전 설명, 언론 협조 요청 등은 대부분 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는 정부의 방안에 대해 “거대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1백분의 1밖에 안 되는 언론권력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조차 억눌러 국민의 박수를 이끌어 내려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는 정권 말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