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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의견 제대로 듣지 않았다

'취재지원선진화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장우성 기자  2007.05.23 12: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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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브리핑을 마친뒤 퇴장하면서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홍보처 “구체적 방안 나오면 추후 협의하자” 말뿐



이번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계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도 인정했다. 국정홍보처 김창호 처장은 22일 열린 브리핑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언론학자 30여명, 언론단체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났던 것은 주로 3~4월이어서 “정부의 구체적인 안을 갖고 논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기자협회 집행부는 지난 3월29일 한차례 국정홍보처 고위 관계자의 요청으로 식사 자리를 가졌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벌이지 못했다. 이후에 다시 협의를 한 적도 없다. 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은 “당시 국정홍보처 측에서 ‘아직 결정된 안이 없다’고 해 ‘나중에 안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협회 김경호 부회장(국민일보)은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추상적인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언급하면서 ‘구체적 안이 만들어지면 다시한번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며 “그걸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본다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진정한 선진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선진화된 취재지원시스템은 브리핑 등의 제도보다 언론의 정보공개 요구에 공직사회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숭실대 김사승 교수(언론홍보학과)는 “선진국에서는 언론의 정보공개 요구가 국민의 알권리와 연결된다는 인식 아래 공무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문화가 정착돼있다”며 “취재원이 언론을 피하는 부정적·소극적 취재 환경이 여전한 우리나라에서 일부 제도를 갖춘다고 ‘선진화’를 이루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정보공개법 개선도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보 공개를 요청해도 보름 정도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일간지를 비롯한 다수 언론에게는 큰 문제다. 국정홍보처는 “정보공개법은 기획·장기 취재에 유용하며 긴급한 질문은 시행 예정인 전자브리핑제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하나 기자별로 질문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으나 언론이 이를 통해 만족할 만한 취재를 했다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정부가 법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은 밝혔으나 아직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상태다. 김창호 처장은 “언론에만 예외규정을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것이며 실무적인 것은 시행령, 하위법령으로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기자들의 업무 공간 무단출입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 강구’도 근거가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사무실 무단출입에 따른 실제 폐해를 예를 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김창호 처장은 “구체적 사례를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김창호 처장은 “기자들이 일반 기업체를 취재할 때 거치는 절차가 있듯이 정부와의 관계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적 조직은 큰 차이가 있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또 기자와 공무원의 접촉 제한은 공직사회의 문제를 알려줄 내부고발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합동브리핑룸 신설, 전자브리핑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예산 확보 방안도 잡혀있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국정홍보처는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을 짜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대략적인 추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