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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대학 진학률 발표 엉터리 / 부산일보 이병철 기자

[지역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이병철 기자  2007.05.09 15: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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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일보 이병철 기자  
 
이상한 일을 겪었다. 부산시교육청이 어느 날 보도자료를 냈다. ‘부산지역 고교 주요 명문대 진학률 크게 껑충’이란 제목이 붙었다. 그 자료에는 소위 SKY대학 등 주요 대학에 부산 지역 학생들의 진학률이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자세한 통계와 함께.

기자는 숫자에 약하다. 공공기관에서 내놓는 통계자료는 신성불가침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몇몇 언론은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서 1면에 ‘진학률 껑충’이란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계를 들여다보니 상식에 맞지 않았다. 몇몇 대학 정원이 6천여 명으로 돼 있었다. 실제 정원은 4천여 명 안팎이었다. 왜 그럴까?

해당 대학에 지역별 진학률 데이터베이스를 요청했다. 입학처 관계자들과 협상 끝에 데이터베이스를 엑셀 파일로 받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지역 의대한의대 등의 진학률 자료도 입수했다. 3월1일 입학자를 기준으로 한 최종 진학률 통계자료였다.

분석 결과 교육청 통계와는 판이했다. 부산지역 고교생의 진학률이 대부분 떨어지고 있었다. 의대 진학 숫자도 갈수록 급감하고 있었다. 교육청이 주요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 본교와 지방캠퍼스의 합격자를 모두 합친 사실도 파악됐다.

일선 학교 3학년 진학부장에게 물었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합격자를 중복해서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다는 제보가 터져 나왔다. 잘못됐지만, 다른 학교가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같은 학생 한명이 2~3번씩 최종 합격자 수에 포함되는 것은 예사였다. 교육청도 알고 묵인해왔다는 이야기였다.

‘교육청 진학률 엉터리’라고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썼다. ‘모든 정책은 사후 검토가 필요하고, 그 기본인 통계를 왜곡해 시민을 속이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선후배 기자들이 같이했다. 또 보도자료만 나오면 의심 없이 베껴 쓰는 취재 관행에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이번 취재로 전교조와 부산시의회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고, 교육청은 재조사와 함께 진학률 조사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교육감의 사과도 있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과연 숫자만 잘못된 것일까? 틀린 통계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속이려는 틀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다. 그런 ‘완전범죄’가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기자 아닐까?